
| 호수 | 1971호 2008.12.25 |
|---|---|
| 글쓴이 | 김 루시아 수녀 |
오늘~ 아기예수~ 탄생하셨으니…” 성탄 노래을 흥얼거리며 트리를 꾸미고 있지만 더워서 그런지 성탄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필리핀은 10월이 되면 상가와 거리 곳곳에 대형 트리가 세워지고 캐럴이 울려 퍼지지만 우리 어린이집은 11월에 대림초와 함께 교실 한 모퉁이에 트리를 장식하고 은별 금별을 붙이며 아기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트리 밑에 요셉 성인과 성모님의 자리를 만들고 아기 예수님을 모실 구유를 마련한다. 얼마 전에 만난 샬롬이 엄마가 생각났다. 가정 방문 중 다리 밑을 지나가는데 몇몇 엄마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에 "좋은 일이 있어요?" 하니 "샬롬이 엄마가 조금 전에 넷째 아이를 낳았어요." 한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려고 방으로 들어서는데 들어설 자리가 없다. 어두운 방 안에는 포대기에 싸여 눕혀진 잠든 아기와 벽에 기대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산모가 보였다. 아기를 눕히고 나니 산모가 누울 공간이 없어 벽에 기대앉은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웠지만 "축하해요" 하니 미소를 지으며 "아들이 하나라 걱정했는데 아들을 낳아서 너무 기뻐요"한다. 나보따스를 처음 방문했을 때 많은 아기들을 보고 놀라워하는 나에게 "아기를 낳고 눕힐 곳이 없으면 박스에 넣어 선반에 올려놓고도 키워요" 하던 말이 생각났다. 첫 아들을 낳으신 성모님도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시고(루카 2, 7) 벽에 기대 앉으셔서 산고도 잊으신 채 기쁨 중에 목자들과 동방 박사들의 인사를 받으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빈손으로 갔기에 다음날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 대신 우유와 설탕과 쌀을 가지고 찾아가니 굳이 들어오라 하며 아기를 한쪽으로 밀었다. 겨우 꿇어 앉아 아기와 산모를 위해 기도하고 하고 선물을 밀어주니 너무도 고마워하며 활짝 웃으며 행복해 한다. 그리고 한 달 쯤 지나서 다시 찾아가니 판자 집이 없어졌다. 며칠 전에 강제 철거되어 어딘가로 떠났다며 이웃집 엄마가 "우리도 며칠 있으면 철거될 것 같아요" 한다. 요셉 성인은 헤로데를 피해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을 모시고 이집트로 피난 가셨는데(마태 2, 15) 샬롬이 엄마는 아기를 데리고 어디로 갔을까? 성모님께서 나자렛으로 돌아오시듯이 샬롬이 엄마도 다시 올까? 아니면 심방가비 미사라도 올 수 있을까? 심방가비 미사는 아기 예수님을 맞을 준비로 9일 동안 필리핀 모든 성당에서 새벽 4시에 미사가 봉헌되는데 3시가 되면 성탄 노래가 울려 퍼져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난다. 우리 성당도 3시부터 신자들이 모여 마당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9일 동안 힘든 것도 있지만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준비이기에 심방가비 미사는 너무도 소중하다. 주님! 아기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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