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당구락’과 화개 장터

가톨릭부산 2015.10.28 14:27 조회 수 : 104

호수 1968호 2008.12.07 
글쓴이 이원우 아우구스티노 

그 날 평화의 마을 성전 안은 온통 웃음꽃이었다. 강론 시간에 S원장 신부가 ‘십당구락’이라는 신조어를 들먹였기 때문이다. 윗니를 열 개 이상 드러내고 웃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쉬 들어갈 수 있단다. 괴롭고 슬픈 일도 미소로 맞을 수 있는 사람, 그에게 은총이 그만큼 더 내려진다는 뜻이리라. 반대로 아홉 개의 윗니조차도 감추려드는 사람, 그는 즐거움을 앞두고서도 한사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으니 하느님 보시기에도 답답하시다는 논리다. 덕분에 모두가 가가대소했다. 

몇 주 뒤, 이번엔 R부원장 신부가 강론 시간에 뜬금없이 조영남의 ‘화개장터’를 독창(?)했다. 그것도 2절까지. 미사에 참례한 형제자매 모두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이윽고 덧붙이는 해설이 정곡을 찌른다. 성전은 어찌 보면 ‘장터’처럼 뭇사람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곳이란다. 거기 누가 이의를 달 것인가? 마을에서 오순도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가족들은 항상 그런 강론을 접해왔었다. 지적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가 상당수라서, 강론은 좀 남달라야 할 것 같다. 어렵다 치자. ‘쇠귀에 경 읽기’가 될지 모른다. 이번에 본당으로 자리를 옮긴 I원장 신부의 강론에도 항상 유머가 넘쳤었던 건 당연하다. 세 분 사제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소속 본당에서도 항상 좋은 강론을 들을 수 있으니 우린 행복하다. 

얘기를 좀 더 진행해 보자. 영성체 시간인데도, 이리저리 떠들고 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형제자매가 거기 평화의 마을에 몇 있다. 다른 본당 성전 안이라면 어림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리는 법이 없다. 그래서 성전 안이 더 거룩한 성령으로 충만해지는 건 아닐까? 귀 기울이고 실눈을 뜬 채, 온몸으로 듣고 또 보라. 아니 숨결로 느껴 보라. 열 개의 윗니를 드러낸 채 웃는 모두의 모습들에서, 화개장터에 온 듯한 착각도 갖게 되리라. 그들 외에 누가 모였느냐고. 사제, 수사,수녀(50명쯤),직원,외부에서 온 자원 봉사자, 피정 온 교우들, 차림새가 다른 수백 명 하느님 자녀들이 그렇게 자릴 같이하기 쉬운 노릇은 아니다.

누군가 얘기했다. 평화의 마을 구석구석에서 하루에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수도 없이 생긴다고. 하물며 성전 안이랴. 화개장터에서 적조했었던 옛 친구나 사돈을 만나는 기분으로라도, 평화의 마을에 한번 들러보자.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실컷 웃자.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그 곳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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