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성당 ‘자선아파트’ 부지 매각 갈등

- 신자들, 성당 옆 고층건물 건설 반대

부산교구 해운대 성당 바로 옆에 있는 ‘천주교 자선아파트’ 부지 매각을 둘러싸고 이 성당 신자들과 교구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본당 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 차원에서 나서서 교구 결정을 질타하고 교구청 앞 시위까지 벌이는 일은 천주교에서 매우 보기 드문 일이어서, 일반 언론사에서도 보도하는 등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교구에 따르면 교구는 해운대 자선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사업을 위해 토지 1564제곱미터 매매계약을 9월 7일 맺었다. 해운대 본당 평협에 따르면, 성당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은 이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36층의 주상복합 아파트 2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낡은 2층 아파트는 1960년대에 한국전쟁 뒤 부산에 정착한 피난민 등을 위해 오스트리아 부인회가 지원한 사순 기금으로 지었으며, 35가구가 있다.

본당 평협은 이 공사로 인한 낡은 성당 건물의 파손, 소음과 먼지 등 신앙생활 방해 요소, 안전사고를 걱정하고 있다. 또 교구가 30억 원(제곱미터당 약 191만 원)에 땅을 판 것은 주변 시세에 비해 너무 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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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 성당 바오로 교육관에서 내려다 본 천주교 아파트. ⓒ강한 기자

 

지난 11월 22일 부산교구는 홈페이지에 발표한 공지사항(천주교 부산교구의 해운대 ‘천주교 자선아파트’의 처리 경위)을 통해 “해운대를 포함한 부산교구의 여러 자선 아파트들은 본당이 소유하고 관리하지 않고, 교구 재무평의회를 통하여 교구가 관리한다”고 밝혔다.

해운대 자선아파트는 토지 소유권은 교구 재단에 건물은 거주자에게 있는 이중 구조로, 앞으로 이 상태 그대로 재개발이 이뤄지면 완전하지 않은 소유권 문제 때문에 교구와 건물주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교구의 설명이다.

또 교구 재무평의회 의결 사항으로 “해운대 성당의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으나, 현재 자선아파트 부지 위에 건립된 건물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를 위한 부지 정리에 교구가 함께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현재의 계약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고, 지금의 시점에서 계약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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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 천주교 아파트 앞에서 바라본 해운대 성당 바오로 교육관(왼쪽 흰색 건물). 해운대 성당과 천주교 아파트는 담 하나를 두고 가까이 붙어 있다.

ⓒ강한 기자

또 교구는 “이 부지에서 진행되는 건축행위와 관련하여 해운대 성당이 입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피해상황에 대하여, 재무평의회를 통해 함께 협력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해운대 본당 평협은 반박문을 내, 땅을 사들인 회사가 아직 계약금만 낸 상황이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며, 본당 공동체와 협의가 없었다는 “절차적 잘못”을 인정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지 물었다. 교구 발표에 따르면 토지 매매 대금은 총 30억 원이며, 11월 22일 현재 교구는 전체 대금의 10퍼센트를 받은 상태이고 연말까지 잔금을 완납하기로 되어 있다.

본당 신자들의 요구에 대해 11월 30일까지 교구의 추가 답변은 없는 상태다.

본당 평협은 지난 10월 10일에야 해운대구청 공무원을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교구가 본당 공동체와 사전 협의 없이 건설업체에 땅을 판 것과 성당 바로 옆에서 고층건물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격앙된 분위기다.

신자들은 주일이었던 11월 20일 부산교구청과 주교좌 남천 성당 앞에서 부지 매각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11월 29일 방문한 해운대 성당 정문과 성당 안에는 신자 일동 명의로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허가를 절대 반대한다”고 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본당 평협 대표는 부지 매각을 취소할 수 없다는 교구의 입장, 그리고 “엄청난 일을 상의 없이 진행한 것”에 대해 신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에 따르면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1000명 넘는 신자가 참여했다. 한국 천주교 주소록에 따르면 해운대 본당 신자는 42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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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 성당 신자들이 부산교구의 해운대 천주교 아파트 부지 매각 취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해운대 성당 홈페이지)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은 한 부산교구 신자는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부산교구 안에서도 이 문제를 잘 모르는 신자들이 많다며, 이러한 무관심에 대한 해운대 본당 신자들의 서운함도 클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해운대 자선아파트 문제에 대한 교구 사제단의 의견도 교구 편과 해운대 본당 편으로 나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열을 걱정했다. 또 그는 이 갈등으로 인해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가 신자들의 존경을 잃게 될까봐 걱정스럽다며, “이럴 때 지도자가 리드를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교구에 따르면 해운대 말고도 남부민동, 대연동, 동래 등 4곳의 자선 아파트의 건물이 낡아 이후 처리 문제가 대두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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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기자 fertix@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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