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1호 2016.1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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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변미정 모니카 |
편리함과 숫자에 가리워진 사람들
변미정 모니카 / 노동사목 ( free6403@hanmail.net )
텔레비전이 드디어(?) 고장이 났다. 자리만 넓게 차지하고 있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바꾸자 했다가『찬미받으소서』책을 들이미는 남편 덕분에 지금껏 잘 보던 텔레비전이었다. 새 텔레비전이 온 후 홈쇼핑을 자주 보게 되었다. 그 안의 세상은 신기한 요술램프와도 같다. 바르기만 해도 미인이 되는 화장품은 어찌 그리 많으며, 건강에 좋다는 온갖 먹을거리, 갈수록 편리한 기능을 장착한 생활용품도 줄을 잇는다. 그뿐이랴 당장 사지 않으면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찬스는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일까? 일하고 돌아온 아버지보다 초인종이 울리면‘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기는 택배란 웃지 못할 소리가 들린 지도 꽤 되었다. 요술램프를 쓰다듬듯 전화 한 통, 컴퓨터 클릭 몇 번으로 요술같은 이 편리함이 생활 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런데 광고 중‘무료배송’,‘총알배송’이란 문구가 눈에 걸린다. 주문한 물건이 우리 손으로 오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지만, 물건 고르기도 바쁜 우리는 그 과정을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런 탓일까?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복잡한 사회 현상을 한눈에 설명해주거나 혹은 다른 것과 비교하기 위해 숫자나 통계를 사용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숫자를 보는 마음이 영 불편하다. 예를 들어 아침에 나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가 하루 평균 5명이란 기사를 읽으면 5라는 숫자 속에 드러나지 않은 그 사람의 삶과 가족들의 슬픔,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미처 헤아려보지 못하고 그냥 숫자 5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 달 월급이 2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5.8%, 한국 연간 노동시간 2113시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1일 평균 사망자수 37위) 의 현실.
부산교구에서는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사회교리 학교를 기초와 심화과정으로 매년 진행하고 있다. 사회교리 과정을 마친 분들이 본당으로 가서 사회교리반을 시작한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사회교리는 이 사회를 살아가며 가져야 할 가톨릭신앙인으로서의 분별력 즉 우리의 편리함이 누군가의 인권을 해치고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며 숫자나 통계 속에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 그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사회교리주간을 맞아 편리함과 숫자 속에 드러나지 않았던 내 이웃들과 함께 하는‘하느님의 나라’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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