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성가 이야기

가톨릭부산 2015.10.28 09:55 조회 수 : 367

호수 2352호 2015.11.01 
글쓴이 김상진 요한 

맛있는 성가 이야기

 

김상진 요한 / 언론인 daedan57@hanmail.net
 
  학창시절 서로를 격려하며 친구로 지내던 남녀가 있었다. 남자는 신학교 입학→퇴학→재입학→자퇴→재입학 하는 등 어려움 끝에 신부가 되었다. 로마의 신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귀국한 신부는 수녀들에게 성가를 지도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 한 수녀원을 찾는다. 수녀원을 찾은 첫날 신부는 수녀가 되어 앉아 있는 학창시절의 여자 친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수녀도 기적 같은 만남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성가 연습을 마칠 때쯤 수녀는 헤어질 때 부를 노래를 지어달라고 신부에게 부탁한다. 국어교사로 일하다가 늦게 수녀가 된 그녀에게는 주말이면 제자들이 찾아왔다. 한사코 말려도 찾아오는 제자들과 헤어질 때 부를 만한 노래가 없다는 것이다. 신부는 수녀에게 작사를 부탁했으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녀가 됐다며 거절한다. 신부는 수녀원 수련장 수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작사를 명령한다. 순종을 생명으로 삼는 수도자이기에 수녀는 가사를 짓는다. 그 가사에 신부가 곡을 부쳐 탄생한 성가가‘석별’이다. 일명‘꽃비 단비’로 잘 알려져 있다.‘잘 가오 그∼대, 행복하시오. 축복의 노래로 그대 보내 오∼리다’로 시작하는 성가는 신부와 수녀를 새 임지로 보내는 환송미사나 장례미사 후에 많이 부른다. 작곡 이종철(베난시오) 신부, 작사 유승자(데레사) 수녀다. 작사자를 공개하지 말라는 유 수녀의 부탁을 지키느라 오랫동안 작사 미상으로 남아 있었다. 겉으로는 세속의 이별을 주제로 만든 노래지만 사실은 고귀한 이별을 담고 있다.


  이처럼 성가 한곡 한곡마다 만들어진 배경과 이야기가 많다.


  성 그레고리오 대 교황(590∼603)에 의해 정리된 그레고리오 성가는 서양음악의 시작이었다. 서양 오페라도 16세기 말 성 음악의 하나인 오라토리오에서 발전된 것이다. 바흐가 꽃 피웠던 대위법이라는 작곡법도 성가의 수평적 화성법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가톨릭 성가는 세상의 어느 음악 장르보다 고귀하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성가를 부르는 경우가 있다. 젊은이들은 유행가 선율에 가사만 바꾸어 미사 때 부르기도 한다. 성악을 전공한 성가대원은 화려한 멜로디로 우렁차게 부른다.


  성가가 상업적, 세속적으로 흐르고 있다. 성가는 단순한 멜로디와 화음으로 가사 전달이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곡의도와 가사도 하느님을 찬양해야 한다. 하느님의 거룩함을 느낄 수 있는 침묵의 시간도 헤치지 않아야 한다.


  성가 공부를 제대로 해 볼 참이다.‘해설과 이야기가 있는 성가 발표회’같은 게 열리는 곳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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