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21호 2018.1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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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손삼석 주교 |
예수님 강생의 신비를 우리 삶으로
손삼석 요셉 주교
해마다 주님의 성탄 대축일을 맞으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살다보면, 해마다 성탄을 기다리며 우리 나름대로 결심한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허물어지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2018년 주님의 성탄 대축일을 맞으면서 또 한 번 새로운 결심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한 해를 마무리할 때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안팎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위의 많은 분들이 여러 이유로 ‘참 어렵다’고들 하십니다. 그 어려움은 단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적인 분위기와 정서 등을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모든 것이 참으로 좋고 편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자신의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으며, 낮아지지 못해서 이 모든 어려움이 오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외아드님을 내어주셨고’(요한 3,16), 그 외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우리와 같이 되셨으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신 신앙의 진리’(필리 2,7~8)를 우리는 알고 또 믿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끝까지 낮추시어 이 세상에 비천하게 태어나셨고, 지상의 삶에서도 늘 그렇게 사셨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그 겸손과 비움, 그리고 낮춤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과 배려가 부족하고, 모두 자기 자신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고 자기 이익만 찾고 있는 이 사회에서 우리 신앙인들도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그 안에서 쉽게 우리의 본질과 정체성을 잃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처럼 낮추고 내려놓지 않으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기심과 세상의 일에 대한 걱정과 욕심에 가득 차 있는 우리 마음의 구유에는 그분께서 오실 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 강생의 신비를 우리가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살아야만 우리는 기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 기쁘고 행복한 삶은 반드시 이웃과 나누고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사랑이 실종된 것처럼 보여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솔선해서 고단한 삶에 지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또 그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그리한다면 올해도 우리 모두의 마음의 구유에 예수님께서 새롭게 탄생하실 것이고, 우리는 그분 강생의 신비를 우리 삶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텅 빈 우리 마음의 구유에 성탄의 은총이 풍성하길 바라며, 2018년 성탄이 우리 모두에게 더 기쁘고 행복한 축제가 되길 기도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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