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20호 2018.1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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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검회 엘리사벳 |
가난한 이웃에게도 인권이 있습니다.
김검회 엘리사벳 / 동대신성당, 정의평화위원회 busanjustice@naver.com
연말이면 화려한 불빛, 성탄트리 사이로 캐럴이 울리고 자선냄비가 등장합니다. 또 정치인이나 단체들은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찾아 쌀과 라면, 연탄 등 구호품을 전달하고 사진도 찍습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보다는 나눔에 동참하는 동료들에게 더 큰 힘을 모으자는 내부결속과 보고의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운 겨울, 나눔은 연례행사처럼 보이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이들과 함께 추위를 이겨내고 가진 것을 나누려는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한편으론 온정을 베푸는 데 있어, 가난한 이웃에 대한 배려가 조금 더 필요함을 느낍니다. 언론과 사진촬영 모두 시혜자의 관점에서 다루다 보니, 수혜자인 어르신이나 청소년 가장, 아픈 사람이나 시설생활자들의 인권은 소홀히 다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이들도 어딘가에 공개될 자신의 얼굴에 대한 초상권이 있고, 때론 ‘원숭이가 된 듯한 기분’에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최소한 부분 모자이크 처리라도 해주는 배려가 있다면 온정을 베푸는 데 있어 인권감수성까지 높다는 생각에 흐뭇할 것 같습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간을 한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십니다. 따뜻하고 안락한 곳이 아니라, 출산할 방을 구하지 못해 동물의 마구간에서 말 밥통에 눕혀 당신을 세상에 드러내십니다. 예수께서 연약한 아기로, 초라한 이방인 가정의 모습으로 오시는 것은 우리 가운데 가난한 이웃들,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웃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발견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공동번역 마태 25,40)라고 하십니다.
잠시 생각해봅시다.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굶주리는 이에게 한 끼의 밥을 대접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친다면? 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더 낮은 자세를 취하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환대할 것이며, 예수님을 굶주리게 만드는 원인을 찾아 해방시키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을까요?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 가장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작은 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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