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명 | 국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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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일자 | 2015-10-23 / 본지 1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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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교부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354~430년).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의 뿌리를 내리면, 거기선 선한 것만 자란다고 가르쳤다. 사진 위키피디아 |
어느 화가 이야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어느 날 화가의 옆집에 젊은 부부가 이사 왔습니다. 짐을 다 내린 새댁이 안고 있는 아기를 보았는데, 아기의 한쪽 눈이 잘못되어 있는 겁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지 사고로 그랬는지 그 예쁜 얼굴에 한쪽 눈이 흉측하게 감겨 있었습니다.
며칠 지나 화가가 우편함을 정리하는데 새댁이 한 손에 아기를 안고, 한쪽 눈을 감고 절룩거리며 계단에서 내려왔습니다. 화가는 '참 이상한 여자도 있구나' 생각했죠. 또 며칠 흘렀습니다.
초인종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새댁이 한 손에 아기를, 한 손에는 사진을 들고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사진은 잘못된 한쪽 눈을 감출 수 없지요.
아기 엄마는 안방에 예쁜 아기 초상화를 걸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거리며 잘못된 한쪽 눈도 예쁘게 그려달라고 지극정성 부탁합니다. 화가는 아기의 초상화를 몇 날 며칠 정성껏 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아기 눈의 눈동자를 손을 떨면서 그려 넣고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완성된 그림을 아기엄마에게 가져다주니 너무나 좋아하며 이야기했습니다. "이 아기가 조금 더 크면 저의 한쪽 눈을 이식해주기로 했답니다. 그 생각만 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지금부터 길을 갈 때나, 밥을 지을 때나, 빨래할 때나 한쪽 눈을 감고 살아가는 연습을 한답니다."
준다는 것에서, 나의 것을 남에게 베푼다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랑이라는 말은 한자 '사량'(思量), 즉 생각하고 헤아린다는 말에서 나왔다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배려입니다. 영어로 하면 'to be considerate'가 되겠죠. 사랑은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에피투미아(Epitumia)적 사랑은 자기중심적 사랑입니다. 에피투미아는 욕망이란 뜻으로 쾌락 중심의 사랑, 동물적 사랑을 의미한다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에로스(Eros)적 사랑은 이성 간 사랑입니다. 에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남녀 간 사랑을 에로스적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아가페(Agape)적 사랑은 타자 중심적 사랑입니다. 아가페는 그리스어로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앞서 언급한 어머니의 사랑이 아가페적 사랑의 전형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성 간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아가페적 사랑입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배금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해가는 한국사회에서 좀 더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내어주는 훈훈한 사랑 이야기가 아쉬운 때입니다. 4세기께 가톨릭교회의 위대한 교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술 '요한 서간 강해'에 있는 '사랑하시오. 그리고 그대 마음대로 하시오'라는 글을 새기며 묵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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