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밤이다/2018-11-21/변혜영.
어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담화방에 가려고 하다가, 앞방의 수녀님과 마주쳐서 인사를 나누고 “날씨가 밤이다”라고 제 입에서 말이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앞방 수녀님이 웃긴다고 한참을 크게 웃었습니다. 무슨 그런 말이 다 있느냐며 웃음을 폭발했습니다. 그리고 담화방에 가서는 다른 수녀님들께 내가 그랬다면서 재방송을 했습니다. 실은 나도 좀 웃겨서 웃었습니다.
오늘은 성모님의 자헌기념일인데요. 저희 수녀원에서는 대축일로 미사를 봉헌합니다. 근데요. 오늘 제가 미사때 반주를 하기로 했는데, 어제 낮에 오르겐 연습을 갔더니, 대축일 미사라고 하여 급하게 대축일반주연습을 했습니다. 오늘 새벽에 미사때 대축일 미사곡 전곡을 다 오르겐반주를 하는데, 그동안 너무 안하다가 오랜만에 반주를 하니까 악보는 눈에 보이는데, 손가락이 빨리 움직여지지 않아서 매우 힘들게 미사반주를 했고 미사는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미사후에 한분 수녀님이 제게 와서 오늘 너무 미사가 좋았다며 오르겐 반주를 잘했다고 하면서 주일반주도 좀 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분은 점심 식탁에서 오늘 미사때 자신은 감동을 받았다며 제게 칭찬을 했고 참 좋았다고 오르겐반주에 대하여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저는 아침을 먹고 산에 가지 않았습니다. 미사곡 전곡을 반주하고 나서 급 피곤함을 느꼈습니다.
양치질을 하고는 누워서 쉬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는 한분 수녀님과 마트에 갔습니다. 열흘간 휴가동안 먹을 간식을 조금 샀습니다. 아라비카커피도 한병 사고, 과자도 조금 사고, 아침에 먹을 빵도 사고 이층에 가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가끔씩 가는 커피집이라서 주인장이 반가워 했습니다. 도란 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커피와 같이 빵을 먹었는데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파서 평생 본원에서 지내야 하는 저로 써는 공동체를 위하여 뭘할수 있을까 평소에 늘 생각을 했는데, 성모님의 자헌 대축일에 저를 봉헌할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앞에 앉은 수녀님께 처음으로 말을 했는데요. 뭐냐면요. 평생 수녀원본원 공동체에 머물며서, 미사때 마다 오르겐 반주를 하는 것입니다. 제게 주신 오르겐 치는 달란트를 내어 놓을까 합니다.
주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발전시키면 더 재미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친근감 있게 다가가서 말을 걸고 산책도 하면서 다른 수녀님들과 잘 지내는 것도 말입니다. 앞으로 30년을 더 살지, 50년을 더 살지는 알수 없지만요. 사는 날까지 예쁘게, 즐겁게 살까 합니다. 이렇게 글도 매일 쓰고, 오르겐 반주도 하면서 살다보면 또 행복한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리겠지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달란트가 있으니, 그것으로 자신의 가족과 소속된 공동체에서 열매를 맺으면 참으로 기쁠 것 같습니다. 받은 것을 나눌 때 더욱더 풍요로우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