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08호 2016.1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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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20대 청년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고 싶지만, 마음속에는 그와 반대되는 욕망들이 너무나 많고 강력합니다. 매번, 욕망에 쓰러져 고해성사를 보는 것도 힘들고, 피정에 가봐도 죄에 대한 분석이나 심판하는 내용은 도움이 안 됩니다. 죄의 욕망에 벗어나는 구체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얼굴 홍조증에 걸린 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찾아 볼까 합니다. 한 여성은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더 얼굴이 빨개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여성이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개의치 않자, 그녀의 얼굴은 빨개지는 것을 멈추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버리려고 하고 없애려고 싸울 때 우리는 그 적에게 매이게 됩니다. 미운 사람은 안 미워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미워 보입니다. 싸우는 한 그것에 힘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영성 생활에서 악과 죄의 욕망을 없애려고 할 때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통찰이 있습니다. 하느님이 버릴 수 있게 하느님 손에 맡겨드려야 합니다. 이것을 놓아둠의 영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버리려고 하는 것과 그저 놓아두는 것은 다릅니다. 버리려면 거기에 매달려야 합니다. 내 눈에서, 내 마음속에서, 내 삶 속에서 그 대상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내 모든 삶은 오로지 내가 버리려는 대상에 완전히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놓아두려고 할 때, 그것이 내 눈에 보여도, 내 마음속에, 내 삶 속에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관심을 두지 않고 붙잡지 않을 뿐입니다. 하느님 손에 놓아 드립시다. 우리는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나쁜 것은 비우고 버리고, 좋은 것은 채우고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