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13호 2018.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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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탁은수 베드로 |
“식사 한 번 하시죠”
탁은수 베드로 / 광안성당, 언론인 fogtak@naver.com
“식사하셨습니까?” “식사 한번 하시죠.” 한국인들에게는 식사와 관련된 인사나 안부가 특히 많습니다. 굶주림을 견딘 힘든 역사적 경험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식사란 존재의 근본적 관계를 맺는 일이고 정서적 일체감과 유대감을 갖게 하는 행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가족을 ‘식구’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요즘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공동체 질서를 위협하는 충격적인 일이 잦은 이유가 가족끼리 같이 밥 먹을 일이 줄고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졌기 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예수님의 만찬에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미사를 통해 예수님과 살과 피를 함께 나눕니다. 예수님의 식사잔치에서 같은 빵, 한솥밥 먹는 식구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신자들끼리 서로 형제, 자매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가까이 있는 소중함을 잊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신자들 중에는 성당에서 만난 사람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때문에 냉담을 한다는 분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공동체를 강조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입니다.
“교회는 성인들을 모신 박물관이 아니라 죄인들을 위한 병원에 가깝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교회는 완벽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죄짓는 사람들이 주님의 부르심으로 교회에 나와 죄를 용서받고 예수님 구원사업에 동참하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동료 신자는 나와 마찬가지로 죄에 약한 인간이며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 초청한 사람이란 점, 그리고 하느님 구원 사업을 같이할 귀한 인연이란 걸 이해하면 교회 공동체 안의 갈등과 불화가 줄어들 것 같습니다.
부모가 되어 가장 속상한 일 중의 하나가 자녀끼리 서로 다투는 일입니다. 하느님도 그러실 것 같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자들이 서로 비웃거나 뒷담화에 열심이라면 하느님은 어떤 마음이실까요? 미사 후 성당 주차장에서부터 빨리 차를 빼라고 얼굴을 붉히는 광경을 보기도 합니다. 교회 공동체가 흔들리면 구원사업도 흔들리지 않을까요? 신자들끼리 서로를 반기는 예의와 작은 인사, 그것이 교회공동체를 튼튼히 하고 예수님 사랑이 결실을 맺는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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