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11호 2018.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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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성지민 그라시아 |
당신은 누구십니까?
성지민 그라시아 / 초량성당,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Feel like home, sweet home.’ 고향을 떠나온 이주노동자가 노동사목센터를 보고 한 말입니다. 덥다 못해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 수많은 이들의 고민과 노력의 땀방울 그리고 기도가 만들어낸 공간입니다.
작년까지 매년 여름이 다가올 때면 각종 곰팡이 제거제와 물티슈를 준비해 습하고 쾨쾨한 냄새가 나던 지하 도로시의집(이주민무료진료소) 대청소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제습기와 에어컨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치면 자원봉사자들이 밝은 웃음과 함께 들어옵니다. 누가 들어와도 느끼는 쾨쾨한 냄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인상하나 찌푸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주었습니다.
지하 도로시의집을 보며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습니다. ‘햇볕 잘 드는 2층에 있으면 진짜 좋을 텐데.’ 습기로 인해 고가의 의료장비들이 고장 나 진료가 힘든 상황이 발생할 때면 수백 번 되뇌던 말입니다. 그렇게 되뇌길 몇 년, 정말로 햇볕이 잘 드는 2층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망가져 버린 의료장비들이 문제였습니다. 노동사목센터 수리·보수 공사에도 부족한 금액, 그러나 노동사목이 맡은 역할과 의미를 존중하고 기대와 애정을 가진 수많은 당신들이 채워주셨습니다. 장비들이 햇볕에 반짝이는 것을 보니 자원봉사자들이 기뻐하고 이용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큽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노동사목센터가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추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베트남 유학생들이 모여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을 나누며 빈 공간을 채웠습니다. 이후에는 일을 마친 저녁시간에 동티모르공동체가 모이고, 필리핀공동체가 기도모임을 위해 찾아왔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지만 모일 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노동자들이 찾아와 공간을 메웠습니다. 이처럼 노동사목센터는 문을 두드리는 노동자에게 열려있습니다.
당신께 받은 것을 다시 당신의 뜻대로 실천하기 위해 모인 또 다른 당신들이 여기에 모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난한 자들과 발맞춰 걷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수많은 당신들이 모여 ‘노동사목센터’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설레기도 하고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예수님이라면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라고 생각하라 말해주신 또 다른 당신을 만나 함께 앞으로 걸어 나갑니다. 기도와 응원, 끊임없는 지지를 해주신 당신의 모습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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