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10호 2018.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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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회사목국 |
세상 모두가 포기했지만 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사회사목국(051-516-0815)
딱 10년 전인 2008년 작은 도매업을 하다 부도를 맞았고 그 때부터 저는 빚 독촉과 생활고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그 고난의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던 어느 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하루라도 일을 멈추면 사는 것이 막막했기에 버텨야 했지만 저의 병명은 심장병, 신장병, 고혈압 등등 각종 질병과 함께 육체노동 불가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숨기려 해도 그런 저를 받아주는 곳도,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해 온몸에 암이 퍼진 아내의 곁을 지키며 어린 손자를 키우는 것이 전부입니다.
제 어린 손자 노엘은 철없던 18살 아들이 데리고 들어 온 만삭의 며느리에게서 얻은 뜻하지 않은 아이입니다. 노엘을 낳고 아들은 곧 군대를 가야만 했고 며느리는 덩그러니 손자만 남겨 둔 채 온다 간다 말없이 사라지고 말았지요. 그렇게 할아비 손에 자라는 불쌍한 손자 노엘은 자폐아입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찻길로 뛰어들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해 뜀박질을 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심장이 아파 아이를 붙잡을 수가 없어 손자의 허리와 제 허리에 끈을 묶어 다녀야 했습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저를 아동학대 가해자로 만들었고 노엘을 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하여 시설에까지 가기도 했었지만, 그 아이의 눈망울을 보며 저는 어떻게든 노엘의 세상을 지켜주리라 다짐하며 다시 안고 돌아섰습니다.
철없던 십 대의 아들은 이제 이십대가 되어 낮에는 공장에서 밤에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픈 부모와 자식을 돌보려 몸부림을 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저희를 더 가혹하게 내몰아 지금 살고 있는 월셋집이 재개발로 철거된다고 밀린 월세를 내고 빨리 떠나라며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 돈도 돈이지만, 심장병 환자, 암 환자, 자폐아 가족에게 월셋집 하나 구하기란 산 넘어 산입니다.
그래도 저는 다짐해 봅니다.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로서 부족한 사람이지만 노엘이 세상과 소통하는 날까지 희망으로 살아 보겠노라고, 노엘의 산타가 되어 주겠노라고. 그리하여 마음 편히 주님을 만나러 가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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