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51호 2015.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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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새록 로사 |
성가를 부르며
김새록 로사 / 수필가 rose0624@hanmail.net
성가를 부르는 순간만은 잡념이 생기지 않는다. 노랫말 속에 온전히 빠져든다. 신기하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정성껏 부르다 보면 어느새 참회와 감사의 마음이 우러난다. 마음의 찌꺼기가 말끔히 정화되는 느낌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성가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르다 보면, 세상을 향한 욕심이나 부정적인 요소가 다 사라져 버리는 듯 주책없이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누가 볼까 봐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고 보면 성가는 우리 신심을 키워주는 멋진 도구이다.
우리는 주님 중심이 아닌,‘나’중심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성경 읽기는 물론이고 기도 생활에도 게으르다. 하지만 멜로디를 따라 가사를 음미하면서 부르는 성가는 신앙생활에 게으른 나에게도 신앙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주님께 드리는 감사와 찬양, 회개와 자비, 기쁨과 슬픔, 사랑의 감동과 감격, 절규와 간구 등 성가를 통한 하느님과의 대화는 물론 내 안에 머무는 그분의 손길을 때로는 생생하게 깨달을 때도 있다.
비오 12세 교황님은“성음악은 그 약동하는 움직임과 음악 고유의 힘으로 신자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높이는 것이다. 성음악은 신자 일동의 전례의 기도를 더욱 생기 있고 열기 있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삼위일체의 하느님께 대해 신자 모두가 더욱 힘차게, 더욱 열심히, 더욱 효과적으로 찬미와 기도를 바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성 음악에 의해 교회는 주 그리스도와 일치해 하느님의 영광을 더 한층 높일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누구보다 성가를 더 좋아하는 나이기에, 교황님의 이 말씀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얼마 전, 우리 본당 주임 신부님의 영명 축일 날, 성가대에서“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를 특송으로 부르게 되었다. 정성껏 불렀던 그 노래는 어떤 성경 구절이나 기도보다도 신부님께 우리들의 사랑을 전달하는 감동적인 울림이었다. 구구절절 사제의 심정을 헤아리게 하는 그 성가를 듣고, 본당 신부님께서‘사제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겠노라며’참회의 말씀을 하실 때는 우리 모두 숙연해졌다. 성가 하나가 우리 모두를 화합의 장으로 엮어준 셈이다.
가을바람에 마음이 스산하다. 애창하는 성가를 부르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 가득 따뜻한 은총의 메아리가 퍼져나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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