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09호 2018.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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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천경훈 신부 |
묵주 한 알
천경훈 신부 / 송도성당 주임
요즘은 그리 흔치 않은 돌탑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 마을 초입 혹은 산자락에 숙연히 서 있던 돌탑, 그 쌓이고 쌓인 작은 돌들에서 움트는 신비로움이 그립기도 합니다. 돌 하나에 마음을 담고, 손끝에 작은 염원을 모아 그렇게 돌탑은 쌓여갑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쌓여서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이어진 뭇사람들의 삶을 보듬고, 또 거기에 적셔진 눈물을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으던 바로 그곳. 그래서 우리의 저 돌탑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라, 거룩한 기도의 합송이자, 숭고한 성가의 향연입니다.
우리 부산교구의 수호자,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오늘, 묵주기도(로사리오) 그 한 알 한 알에서 정성으로 쌓여간 돌탑 위의 고운 손길들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묵주기도의 유래를 설명하는 가운데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집트 사막의 은수자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시편 150편을 외웠는데, 작은 돌멩이나 곡식 낱알을 머리에 쓰는 관처럼 둥글게 엮어 하나씩 굴리며 기도의 횟수를 세었다고 합니다. 이때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시편 대신 ‘주님의 기도’를 150번 바치기도 했고, 수를 셀 때 불편하였기에 열매나 구슬 150개를 노끈이나 가는 줄에 꿰어 사용하였답니다. 이런 관습들이 묵주기도를 탄생시키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교회는 마치 돌 하나에 신비를 담아 돌탑을 쌓듯, 오랫동안 신앙의 삶을 엮어서 로사리오를 바쳐왔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의 시구를 빌어 표현하자면, 묵주 한 알에 우리 순교자들에 대한 기억과, 묵주 한 알에 우리 교회의 심장에서 불타오르는 사랑과, 묵주 한 알에 우리 교구민들의 눈물과 고마움, 묵주 한 알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평화를 담아, 우리는 복되신 어머니 마리아를 부르며 정성스레 묵주 한 알 한 알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니 묵주기도는 우리 신앙의 삶 구비 구비에 담겨진 그 신비 속에 함께 하는 것이며 오늘 하루를 교회의 삶으로 다시금 엮어가는 신앙 고백이라 하겠습니다.
삶의 굴곡진 굽이굽이마다 쌓아올리던 그 한 알 한 알은, 이윽고 무덤 위의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 내가 사라지고 오직 주님만이 머무시는 그 부활의 돌무덤 되어, 자랑처럼 하늘나라의 푸른 이끼로 무성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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