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03호 2016.10.09 
글쓴이 이창주 신부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이창주 율리오 신부 / 반송성당 주임

  1571년 10월 7일 주일 아침, 연전연승을 거듭하던 오스만 제국군은 가톨릭을 몰아내고 유럽을 장악하기 위해 지중해로 대함대를 몰고 왔습니다. 교황 비오 5세는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로마의 신자들에게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님의 중재로 어려운 싸움을 이겨내자고 요청하셨고, 전쟁에 임하는 군인들을 비롯해 신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묵주기도를 하였습니다. 처음부터 적지 않은 배를 잃어 수세에 몰리면서 절망에 놓였던 그리스도교 연합군은 기적적으로 오스만 함대를 몰아냈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 전쟁의 승리를 전해 들은 신자들은 무엇보다 묵주기도의 기적이었다고 믿었고 성모님께 대한 감사 기도와 예식이 거행되었습니다. 그래서 10월 7일을“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1957년 1월 21일 대구대교구로부터 분리된 부산교구는 신자 38,000명, 성당 27개, 사제 32명의 작은 교구였습니다. 초대 교구장께서는 우리 교구를 묵주기도의 성모님께 봉헌하고 성모님의 전구로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는 교구로 성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교구 수호 축일’로 제정하였습니다. 이후 교구민들의 많은 기도와 여러 은인들을 통하여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 교구는 신자 447,563명, 성당 124개, 사제 354명(2015년 말 집계)으로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초고령화,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경제는 계속 어려워지고, 테러와 핵(核)으로 인한 공포와 갑자기 닥쳐오는 자연재해로 인한 두려움으로 우리는 걱정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동안 성장만을 위해, 그리고 그 배부름으로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상속재산을 마구 탕진한 결과입니다. 우리의 가장 무서운 적(敵)은 삶의 가치를 숫자로 계산하고 많은 일을 인간의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어리석은 지혜와 교만이었습니다. 445년 전이나 60여 년 전 신앙인들은“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 37)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순명으로 자신을 내어놓은 성모님의 신앙을 본받아 많은 위기를 극복해 왔습니다. 묵주기도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인간의 머리로 불가능하다고 포기하려는 우리의 교만함을, 순명이라는 겸손으로 극복하여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믿고 따르는 기도입니다. 오늘 교구 축일을 맞이하여, 교구민 모두가 성모님의 겸손함과 항구함을 마음에 새기며 교구 은인들을 위해 감사의 묵주기도를 봉헌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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