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07호 2018.09.23 |
---|---|
글쓴이 | 김상진 요한 |
하느님 네비게이션
김상진 요한 / 언론인 daedan57@hanmail.net
‘대중교통을 이용한 나홀로 성지순례’를 한 지 2년째다.
주교회의 성지순례사목 소위원회가 선정한 전국의 성지 111곳 중 10여 곳 밖에 찾지 못할 정도로 느리다. 그래도 나홀로 순례를 계속할 참이다. 그 이유는 단체성지 순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기쁨 때문이다. 그 기쁨은 길을 헤맬 때 마다 하느님이 이끌어 주시는 손길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나라 첫 영세자 이승훈 묘를 찾아갈 때다. 부산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갔다. 서울 도시철도 2호선 합정역에서 인천행 버스를 탔다. 인천 남동구 건설기술교육원 앞에 내렸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묘가 있을 만한 산이 보이지 않았다. 묻고 물어서 묘 앞쪽의 장수 정수장까지 갔으나 찾을 수 없었다. 지칠 때쯤 맞은편에서 중년 부부가 걸어왔다. “이승훈 묘를 아십니까” 두 사람의 얼굴이 밝아졌다. 길을 가르키는 손가락 끝에는 묵주가 들려 있었다. “아, 신자시군요” 그 부부는 정수장 담장 끝에서 시작하는 입구를 가르쳐 주었다. 그 부부가 가르켜 준대로 정수장 철조망을 따라 가니 ‘십자가의 길’ 끝에 이승훈 묘가 있었다. 한국 천주교 첫 영세자로 존경받는 이승훈도 나약한 인간이었다. 여러 번 배교를 한 끝에 순교를 했다. 나는 묘 앞에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신앙인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나홀로 성지순례는 항상 이랬다. 위치정보를 습득하고 출발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때마다 길을 알려주는 신자나 은인을 만났다.
되돌아보니 내 삶의 고비고비마다 방향을 잡아 주시는 하느님이 계셨다. 그 보살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성지순례 때마다 든다. 그분은 내가 세상살이로 헤맬 때마다 바른길로 인도해 주셨다. 하느님은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이었다.
물론 관광버스로 가는 단체 성지순례나 자가용을 이용한 그룹 성지순례는 수월하다. 번거롭게 길을 물을 필요가 없다. 차에 앉아 있으면 성지까지 데려다준다. 몇 군데 성지를 한 번에 가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된다.
하지만 나홀로 성지순례는 오가는 동안 기도하고 성지 공부를 할 수 있어 좋다. 성지 근처에서 헤맬 때마다 두근두근 거린다. 오늘은 어떤 안내자를 보내 주실까. 그 설렘 때문에 오늘도 나홀로 성지순례를 나선다.
오늘은 성 김대건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일, 순교자성월이기도 하다. 가능하면 나홀로 성지순례를 통해 많은 은총을 체험하기를 기도한다.
호수 | 제목 | 글쓴이 |
---|---|---|
2876호 2025. 6. 29 | 주님 사랑 글 잔치 | 김임순 |
2875호 2025. 6. 22 |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 강은희 헬레나 |
2874호 2025. 6. 15 |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 박선정 헬레나 |
2873호 2025. 6. 8 | 직반인의 삶 | 류영수 요셉 |
2872호 2025. 6. 1. |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 원성현 스테파노 |
2871호 2025. 5. 25. | 함께하는 기쁨 | 이원용 신부 |
2870호 2025. 5. 18. | 사람이 왔다. | 김도아 프란치스카 |
2869호 2025. 5. 11. | 성소의 완성 | 손한경 소벽 수녀 |
2868호 2025. 5. 4. |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 김지혜 빈첸시아 |
2865호 2025. 4. 13. |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 안덕자 베네딕다 |
2864호 2025. 4. 6. | 최고의 유산 | 양소영 마리아 |
2863호 2025. 3. 30. |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 박시현 가브리엘라 |
2862호 2025. 3. 23. |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
2861호 2025. 3. 16. |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
2860호 2025. 3. 9 |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 프란치스코 교황 |
2859호 2025. 3. 2 | ‘나’ & ‘우리 함께 together’ | 김민순 마리안나 |
2858호 2025. 2. 23. | 예수님 깨우기 | 탁은수 베드로 |
2857호 2025. 2. 16 |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 최경련 소화데레사 |
2856호 2025. 2. 9. |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
2855호 2025. 2. 2 |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