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06호 2018.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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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영만 신부 |
우리들의 자리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 / 메리놀병원 행정부원장
병원은 무엇하는 곳인가요? 아픈 사람을 낫게 하여 다시금 그들을 삶의 자리로 돌려보내드리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병원이란 무엇일까요? 임상이 풍부한 의료진, 최신 의료장비, 환자 안전과 질 높은 진료 지원이 원활할 뿐만 아니라, 친절하고 쾌적한 환경을 갖춘 병원,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런 좋은 병원을 찾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열리는 병원 문이 누군가에게는 열리지 않는다면?
세상이 말하는 ‘좋은 병원’은 넘쳐난다 할지라도, 있고 없음을 가려 사람을 진료하고, 사람에 따라 진료의 프로세스가 달라진다면,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병원은 과연 무엇하는 곳인가요?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르 8,29) 오늘 복음에서의 질문은 세상을 사느라 분주한 우리에게 다시금 신앙인이 서 있어야 하는 자리를 되묻게 합니다. 인명사전에 등재된 고유명사에 대한 답이 아니라, 그분이 ‘나에게 무엇’인지를 묻는 이 질문의 정직한 요구는 바로 ‘내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로 확장되기 때문이지요.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한다는 일이 나를 어떤 삶으로 이끌어왔는지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믿든 믿지 않든,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그분을 나의 그리스도로 고백함으로써, 그리고 나도 그분처럼 살아냄을 통하여 구원의 여정에 동참한, 세상에서의 좋은 사람들이고자 합니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랑하고, 있고 없음을 차별하지 않고 이해하며, 나에게 맞고 맞지 않음에 억눌리지 아니한 채 자유롭게 사랑하고 적극적 동감하며 상대에게 필요한 연민이 되어주려는 신앙인에게서 그리스도인의 품격은 드러납니다. 힘의 방식이 아니라 사랑의 차원으로,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많은 죄를 용서받은 이들’(루카 7,47 참조)이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마르 8,29) 이 한 줄의 대답이 지금까지 살아온 신앙인으로서의 내 삶과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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