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가톨릭부산 2016.09.28 09:48 조회 수 : 141

호수 2402호 2016.10.02 
글쓴이 박진성 신부 

믿음

박진성 비오 신부 / 다대성당 주임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 5) 아니 믿음이 공기밥입니까? 더 추가하고 싶으면 추가가 되는 것일까요?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은 더 이해하기 힘듭니다.“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뽑혀서 바다에 심겨라’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루카 17, 6) 추측해 보건데 사도들의“믿음을 더하여”달라는 이 청원에“겨자씨 한 알”로 대답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믿음이라는 것이 너희가 생각하듯이 더할 수 있다거나 크기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너희에게 믿음이라는 것이 있다면 하느님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여기서 아담과 하와가 떠오릅니다.‘하느님처럼 되고 싶어서’하느님의 말씀을 믿지 않았던 아담과 하와의 모습과, 믿음으로 하느님처럼 될 수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교차합니다.“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창세 3, 12)“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창세 3, 13) 믿음이 사라진 아담과 하와에게서 나오는 표현은‘네 탓입니다’였습니다. 그러나 믿음을 간직한 종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합니다.“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 10) 그 종은 주인이 되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있는 우리가 종으로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의 바로 앞의 단락에서 실마리를 얻습니다.“그가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회개합니다’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루카 17, 4) 결국 놀랍게도 하느님께서 하실 수 있는 일‘용서’가 믿는 자에게 넘어옵니다. 이제 믿는 자는 하느님처럼 용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너의 탓으로 돌리거나, 화를 내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이제 익숙합니다. 하지만‘용서한다’는 말은 이 시대에서 정말 낯설기만 하고 익숙하질 못합니다. 너무나 미약해 보이는 믿음일지라도 그 믿음은 우리가 하느님처럼‘너를’,‘원수를’ 용서할 수 있는 근원이 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주어지는 믿음과 사랑으로, 나에게서 들은 건전한 말씀을 본보기로 삼으십시오.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그대가 맡은 그 훌륭한 것을 지키십시오.”(2티모 1, 13∼14)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으로 우리의 믿음이 굳건하여지길 기도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5호 2025. 12. 28  사랑으로 물들어 가는 가족 이요한 신부 
2904호 2025. 12. 2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요한 1,5ㄱ 참조) 신호철 주교 
2903호 2025. 12. 21  믿고 순종하는 이를 구원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file 한인규 신부 
2902호 2025. 12. 14  자비롭고 선한 사람 file 손지호 신부 
2901호 2025. 12. 7  방향전환 file 이재석 신부 
2900호 2025. 11. 30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file 김병수 신부 
2899호 2025. 11. 23  모순과 역설의 기로에서 file 김지황 신부 
2898호 2025. 11. 16  가난한 이들은 기다릴 수 없다 file 이상율 신부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