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04호 2018.0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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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탁은수 베드로 |
신앙인의 ‘워라밸’
탁은수 베드로 / 광안성당, 언론인 fogtak@naver.com
요즘 ’워라밸’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일과 일상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일컫는 영어의 앞글자를 딴 말입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휴식이나 취미 같은 개인의 여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경쟁과 성과에 내몰린 현대인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잃지 않으려는 현상으로 이해됩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할 곳이 ‘일과 일상’ 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 더위가 유난했던 것은 지구온난화로 자연의 질서와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요즘 ‘남혐’, ‘여혐’하면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혐오하는 일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 아닐까요? 이른바 ‘갑질’이란 것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균형 잡힌 역할분담 대신 한쪽의 입장만 강요하는 데서 빚어진 일인 것 같습니다. 또, 세대 간에도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갈등을 빚는 일이 많습니다. 지구 한쪽에선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다른 한쪽에선 음식쓰레기가 넘쳐나는 이 불균형을 하느님은 어떻게 보실까요?
요즘 인기 있는 TV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나름의 사연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의 품속에 안겨 상처를 이겨내고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아냅니다.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자연의 질서대로 욕심 없이 산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욕심이 닿지 않은 자연은 하느님께서 주신 균형이 유지되는 곳입니다. 그런 자연의 품에서는 욕심으로 비롯된 세상의 상처를 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살아가는 이치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쓴 책과 하느님이 지으신 자연 중 어느 곳에 더 많은 진실이 담겨 있을까요?
신앙인의 생활은 나의 욕심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주신 질서와 균형이 깨어지지 않도록 사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의 ‘워라밸’은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해 하느님이 내신 세상(World)과 나의 일상(Life)이 균형(Balance)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어도 하느님의 질서와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신앙인의 자세고 그런 곳이라야 하느님께서 편히 머무르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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