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속에 갇혀 버린 하느님

가톨릭부산 2018.08.29 09:46 조회 수 : 177

호수 2504호 2018.09.02 
글쓴이 최요섭 신부 

틀 속에 갇혀 버린 하느님
 

최요섭 신부 / 율하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은 자신들의 관습과 규정으로 사랑이신 하느님을 틀 속에 가둬버립니다.
   원래 법이란 어떤 법이든지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므로 법이 인간보다 우선일 수 없고 인간 위에 있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 하느님이 내려주신 모든 계명과 율법의 근본 가르침이 사랑임을 기억할 때, 만일 우리가 법조문이나 관습, 그리고 세세한 규정에만 매달려 있다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처럼 모순된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계명인 율법은 하느님이 모세와 계약을 맺은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율법의 대표격인 십계명은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 삶 속에서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가르침대로 살 수 있는지를 요약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구체적인 행동지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율법이 사랑이신 하느님 보다 삶의 겉모습만을 소중히 여기는 도구로 바뀌어 갔습니다. ‘하느님의 계명’이 사라지고, ‘사람의 법’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사람들을 속박하는 도구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지켜야 하는 규정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지켜야 할 많은 규정들은 사랑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일찍이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 마음대로 하여라!”
   법이나 규정은 양심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서 지켜져야 가치가 있습니다. 주일 미사 참여, 본당 활동, 교무금, 건축비 납부, 판공 성사 등이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하는 모든 신앙 활동이 단순히 의무감 때문이라면 2000년 전 하느님을 자신들만의 틀 속에 가두어버린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과 다를 바 없음을 기억하며 온 마음으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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