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2016. 9. 13. (대리구미사)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

① 1코린 12,12-14.27-31ㄱ ㉥ 루카 7,11-17.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 지난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주님의 기도 첫구절을 묵상하면서, 신앙이 없는 사람은 고아와 같다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동감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적으로 아무리 잘 살아도, 믿음이 없으면, 결국 고아입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부모가 없으면, 정말 고생입니다. 특히 어린 동물이나 사람은 부모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고생한다는 차원을 넘어 죽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믿음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는 삶을 살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기를 영원히 사랑하고 보호해줄 영원하신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결국 고아와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고통과 죽음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믿음은 진정한 부모를 알게 합니다. 이 때문에 인간적으로 보아 아무리 힘든 인생을 산다해도 믿음이 있다면 그 인생은 100%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이 됩니다. 왜냐하면 진짜 부모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 우리 믿음의 핵심은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우리 삶의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님은 우리를 바로 아버지께로 인도합니다. 그분은 우주의 창조자시오, 왕이시며,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십니다. 믿음은 이런 진짜 부모를 만나게 하는 은총입니다. 이 진짜 참된 부모를 만나면,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 요한 17,3이 설명합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이 영원하신 아버지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형제지간입니다. 이 때문에 믿음은 모든 사람을 형제로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게 합니다. 사실 하느님이 우리 아버지라는 믿음은 형제를 사랑함으로써 고백하는 신앙입니다. 이 때문에 아무리 하느님을 입으로는 믿는다 해도,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형제를 사랑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시는 주예수님께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의 회개를 청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번 강론의 요약입니다.

 

지난 6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미사강론을 통하여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구절을 설명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주님의 기도 이 첫구절은 두가지 중요한 내용이 있는데,, 하나는 우리의 정체성을 말한다고 하셨습니다. 즉 내가 누구인가 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공동체성을 말한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께 혼자 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한 형제로서 하느님께 가야하고,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한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하느님이 정말 아버지로 느끼지 못하고 우리 모두가 정말 한 가정임을 느끼지 못한다면,,, 특별히 성령께 청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부터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원문은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이라는 구절을 묵상합니다. 이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름과 거룩함이 무엇인지를 짚어봅니다. 보통 이름은 어떤 사람을 부를 때, 이름을 부릅니다. 따라서 이름은 그 사람의 인격을 가리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이름도 하느님 자신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거룩함은 하느님의 본성을 가리킵니다. 이세상과 인간은 속된 것이고 하느님은 성스럽고 거룩한 분입니다. 성경에서는 거룩하다는 본래의 뜻은 분리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즉 하늘과 땅이 분리되어 있듯이 하늘은 거룩한 하느님의 영역이고 땅은 속된 것들의 영역입니다. 따라서 속된 인간이 거룩하게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속해야 하고,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렇게 단어의 뜻을 간단히 이해하고 나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는 구절을 보면, 하느님이 하느님 모습 그대로 성스럽게 드러나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구약을 통해 하느님은 어떤 분으로 드러났습니까? 신구약을 통해 하느님께 대한 가장 중요한 신앙의 핵심은 유일신 신앙입니다. 이 유일신 믿음을 이사45,5은 “나는 주님이다. 다른 이가 없다. 나 말고는 다른 신이 없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주위 백성이 섬기는 잡신과 우상숭배에 끊임없이 빠졌습니다. 이 우상숭배를 가리켜 간음이라고 표현합니다. 하나이신 주님을 배신하는 것이 마치 하나인 배우자를 배신하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구약성경은 끊임없이 다른 하느님을 섬기지 말라고 누누이 경고합니다: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탈출 20,3; 신명5,7)

바로 이 하나이신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입니다. 죄많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자비와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이스라엘백성은 이집트 탈출을 통하여 이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였습니다. 그래서 탈출 34,6은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며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풀고 죄악과 악행과 잘못을 용서한다.”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이신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도 사랑으로 답해야 함을 신명6,7이 아름답게 가르칩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여기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라는 기도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첫째는 우리에게 과연 하느님이 한분뿐인가 아니면, 다른 하느님도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 모두는 하느님 한분만을 믿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믿음이 없는 자들은 드러내놓고 우상숭배를 하지 않지만, 자기들의 욕심과 탐욕을 절대시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자기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하느님으로 섬기는 셈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이미 여러분에게 자주 말하였고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데,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끝은 멸망입니다. 그들은 자기네 배를 하느님으로, 자기네 수치를 영광으로 삼으며 이 세상 것만 생각합니다.”(필립3,18~19)

오늘 우리가 주님 앞에서 되돌아보는 것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기도하는대로, 우리에게 정말 하느님이 우리 삶의 첫 자리에 와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요일 미사에 빠지는 이유가 많습니다. 결혼식이 있어서, 친구들과 여행가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볼일일 많아서,, 몸이 찌푸등해서,, 너무 귀찮아서,,, 이런 식으로 주일미사를 궐한다면, 사실은 주일미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미사를 안가는 이유들은, 결국 하느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에, 하느님이 뒷전으로 자꾸 처진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결국 하느님보다 속된 것을 가까이 하기 때문에 나도 속된 것이 되고 있음을 뜻합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이 거룩한 분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 삶의 첫 자리에 계실 수 있도록, 하느님을 온 마음과 온힘으로 사랑할 수 있길 청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태양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뜨거워지듯이 우리도 하느님의 거룩함에 참여할 수 있길 청하는 것입니다. 오늘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는 기도의 은총과 축복이 우리에게 가득히 내리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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