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00호 2016.09.18 
글쓴이 이균태 신부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이균태 신부 / 복산성당 주임 lee2kt@gmail.com

  자신의 잘못이나, 관리 소홀, 혹은 관리 부족으로 병을 얻게 되었을 때, 쉽게 십자가라고 부른다. 자기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남에 의해서 겪게 되는 아픔이나, 고통, 힘듦을 십자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말 안 듣는 자식, 집안일은 나 몰라라 하는 남편, 철없는 아내 등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그 자식을, 그 남편을, 그 아내를 십자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 데나 함부로 십자가라 이름 갖다 붙이지 말라.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아픔이나 힘듦을 나 아닌 너를 위해서 스스로, 기꺼이 짊어질 때에 겪게 되는 그 아픔과 힘듦이 예수님의 십자가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소중한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제주 강정의 구럼비를 지키고, 성주의 참외밭을 지키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썩어 죽어가는 4대강을 더 이상 나 몰라라 하지 않기 위해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해직노동자들을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부자들 간의 온갖 불평등과 차별을 일소하고, 경제적 민주화를 이루어가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서, 두 주먹 불끈 쥐고, 어금니를 깨물며,‘죽음으로 치달아가는 문화’에 저항하는 사람, 이런 이들이야말로 십자가를 진 사람들이며, 무엇이 중한지를 알고, 그 앎을 삶으로 드러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마태 23, 17, 19 참조)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은 쉬운 길을 버리고, 힘든 길을 스스로 택해서 걸어간 사람들이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고 여겼고, 태생적 차별인 사농공상과 신분제도가 국법으로 정해져 있던 그 시대에 평등세상을 꿈꾸었고, 그런 세상을 실제로 누렸던 사람들이었다. 오늘, 그들은 우리에게 묻는다:“백 년도 못 살 인생, 그거 하나 편하자고, 천년만년 천주님과 함께 누릴 영생을 포기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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