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46호 2015.09.20 
글쓴이 이기정 신부 

내적 피 흘림의 삶을 기쁘게 삽시다.

이기정 안드레아 신부 / 장유성당 주임

오늘은 목숨 바쳐 하느님의 좋으심과 신앙의 소중함을 세상에 보여주고 증거한 장한 우리 순교선열들의 신앙적 충절을 기리고 본받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입니다.

우리 한국교회의 역사는 순교의 피로 얼룩진 역사로써, 순교자의 피로써 지켜지고 가꾸어져 왔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하느님과 신앙은 삶을 쉽고 편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편과 도구와 치장물이 아니라, 목숨 바쳐 간직하고 지켜야 할 우리 삶의 보물이고 전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인인 우리 모두는 순교적 삶으로 초대받고 불림을 받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는 열악한 신앙 환경 속에서도 항상 하느님이 첫째이고 먼저인, 장한 신앙을 사셨습니다.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킬 때 목숨을 거는데, 우리에게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누구 때문에 무슨 희생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지만, 주님을 위해서는 조그마한 희생도 힘들어하는 우리 삶의 모습은 아닌지, 이 순교자 성월에 우리 자신의 신앙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주님이 아닌 세상 것에 목숨을 걸고 희생하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순교자들은 자신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서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또 주님과 신앙 때문에 한 모든 희생은 의미 있고 가치 있고 모든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증거하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은 100년 후 성인이 되리라 생각하고 순교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최고였고 다른 마음이 없었습니다.

순교는 바로 증거입니다. 희생 없이는 감동이 없고 감동이 없을 때 참된 증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오늘의 우리들에게는 겉으로 피를 흘려야만 하는 순교는 더 이상 없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주님을 위해 희생하는 내적 피 흘림의 순교는 엄연히 존재하고 요구됩니다.

이 순교자 성월에 순교자들의 믿음을 묵상하고 돌아보면서, 자신의 뜻을 버리고 주님의 뜻을 따르는 내적 순교의 삶을 기쁘게 삶으로써, 세상을 천국으로 알고 살아가는 세속화된 우리 마음 안에, 막혔던 순교자들의 신앙의 더운 피가 다시 힘차게 맥박치고 요동칠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하고 은총을 구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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