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337호 2015.07.19 |
|---|---|
| 글쓴이 | 홍성민 신부 |
가서 좀 쉬어라
홍성민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요즘 바쁘시죠?”라는 말이 가장 흔한 인사말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젠 좀 쉬고 싶다는 말을 어디서나 듣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잘 쉬는 사람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모두가 바삐 뛰어나가는데, 나만 뒤처질까 하는 걱정에 쉬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어느 유치원에서 버스 뒷자리에 앉는 것에 대한 경쟁이 생겼습니다. 맨 뒷자리에 앉기 위해 마치는 종이 울리면 모두 버스를 향해 달립니다. 버스에 앉을 자리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뒷자리에 앉으면 특별히 좋은 점도 없지만, 경쟁이 붙고 그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모두를 달리게 합니다. 그렇게 달려나가다 보니 가끔은 넘어지는 친구들도 있고, 다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철없는 모습이지만, 우리 사회 어른들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내가 이것을 왜 하는지, 무엇 때문에 가지려고 노력하고, 얻으려고 애를 쓰는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지 못합니다.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살면,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 수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너무 바빠서 이미 가진 것도 누리지를 못합니다.
삶의 순간순간에 우리는 멈추어야 합니다. 멈추어야만 장애물도 보이고, 내가 왜 그리로 가려고 했는지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정말 내가 가려고 했던 쪽인지도 볼 수 있고, 지나가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나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멈추어야만 볼 수 있습니다.
지난주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세상으로 보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예수님께 돌아왔습니다. 스승님 앞에서 제자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한 일들을 보고 하였습니다. 자랑스러웠던 기억, 부끄러웠던 기억, 즐거웠던 추억과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았던 일까지 모두 예수님께 꺼내 놓았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가서 좀 쉬어라’이었습니다. 쉼 속에서 다시금 되돌아보고, 정리하고, 반성해야 새로운 삶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쉬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세상 속에 파견되어,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찾고 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일상에서 우리는 제자들처럼 예수님께 돌아와 쉬어야 합니다. 내 삶의 자랑과 부끄러움, 상처와 기쁨,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와 쉬어야 합니다.
한 주간을 시작하는 오늘, 하느님 앞에 나와 잠시 머무르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요한 침묵 안에서 주님 앞에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삶의 의미를 다시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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