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36호 2015.07.12 
글쓴이 최득수 신부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

최득수 신부 / 사직성당 주임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면서“길을 떠날 때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며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가진 것 없이 떠나도록 하라.”며 제자들을 파견하고 계십니다.

이 말씀은 산을 오를 때는 눈썹도 떼어놓고 간다는 말이 있듯이 예수님을 따르는 일도 짐스러운 것은 다 버리고 따르라는 것이고, 지나치게 많이 준비하는 것, 이것은 예수님을 따르는데 오히려 짐이 된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어떤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그들과 함께 살고, 함께 나누면서 선교했던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회고한 글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가다가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는,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산을 버리고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물질로써 주님을 전하는 것이 아니고, 지식이나 재능을 가지고 전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님이 가지신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그 사랑을 보여 줄 수 있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그런 말씀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럴 때도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요긴한 것, 꼭 한 가지만은 준비해야 하는 준비물이 있는데, 그것은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께 의지하는 마음, 그 지팡이 하나만은 빠뜨릴 수 없는 도구라는 것입니다.

사랑 때문에 생명까지 버리면서, 사랑의 길을 걸으셨던 주님, 그분께 대한 신뢰와 의지의 마음, 이 한 가지만은 꼭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필수품이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면서‘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마라 하신 이 말씀의 뜻은, 전적으로 주님만 믿고 따르며, 주님께만 의지하여 선교하도록 하라는 것이고, 주님만 믿고, 주님 하고만 떠나도록 하라는 것이며, 그 이외의 것은 어떤 것이든 다 짐이 되고, 걸림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의지하고 믿어온 인간적인 능력이나 재능 같은 것, 더더구나 이기심과 편견 같은 것은 더욱더 독이 되고 금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팡이 하나만 가지라는 말씀에 따라 우리는 예수님 제자로서 너무 많은 것을 지닌 채 따르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예수님만 믿고 의지하는 마음 그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오늘의 말씀을 늘 되새기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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