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죽음

가톨릭부산 2015.10.19 01:44 조회 수 : 37

호수 2335호 2015.07.05 
글쓴이 김근배 신부 

거룩한 죽음

김근배 아벨 신부 / 금정성당 주임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순교자란 자기가 믿음으로 증거하는 바를,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증거한 사람입니다. 참으로 거룩한 죽음을 보여주신 분입니다.

생물학적 죽음은 우리 육체의 생명이 끊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심장의 고동이 그치고 숨결이 멎어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룩한 죽음은 육체의 생명이 끊어져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다고 해도, 그 죽음으로도 죽여 버릴 수 없는 산 정신이 남아있는 죽음입니다. 육체가 죽어버림과 동시에 모든 것이 끝나버리고 우리 기억에서 사라지고 마는 죽음은 거룩한 죽음이 될 수 없습니다.

거룩한 죽음은 그 육체가 죽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사라지는 죽음이 아니라, 그 죽음을 포함한 죽은 사람의 정신이 살아남아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기억하게 하는 죽음입니다. 죽은 사람의 산 정신이 살아남은 죽음, 그것이 바로 거룩한 죽음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거룩하게 사는 사람도 드물지만, 거룩하게 죽은 사람은 더욱더 보기 힘듭니다. 왜냐면 거룩한 죽음은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사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일진대, 진리와 정의와 자유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신앙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죽음은 그저 육적인 삶만을 추구하는 욕망을 가진 이에게는 찾을 수 없습니다. 거룩한 죽음은 편안하게 안락을 누리며, 원하는 것을 다 취하려고 하는 이에게는 찾을 수 없습니다. 거룩한 죽음은 거룩한 정신, 사상, 믿음을 가진 이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룩한 죽음은 진리와 정의, 자유와 평화 같은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결과에서만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 거룩한 죽음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는 믿음의 증거로써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이 뜻깊은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참으로 극한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섭리 속에 이루어질 하느님 나라에 대한 의연한 희망을 갖고 거룩한 죽음을 맞으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굳건한 믿음을 마음에 기리며 그 삶을 본받기로 다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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