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대축일
김윤근 베드로 신부 / 무거성당 주임
오늘은 삼위일체(三位一體) 대축일입니다.‘신영세자에게는 이것이 무슨 뜻인가?’하고 궁금하고 어리둥절하게 하는 말일 것입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신데 세 위격 즉 성부, 성자, 성령의 하느님이시라는 말입니다. 성부이신 하느님, 성자이신 하느님, 성령이신 하느님이 각기 다른 하느님이시면서 또한 한 분의 하느님이시라는 말입니다. 좀 더 설명을 하면 인간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성경 안에서) 삼위(三位)의 하느님을 체험해 왔습니다. 그 첫째 체험이 구약에서 나타난 이스라엘과 만민, 그리고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성부)이요, 둘째 체험은 신약에서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시어 인간과 함께 하셨던 하느님(Emmanuel이신 성자)이요, 셋째 체험은 인간 안에 내재하시는 하느님(성령)이십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체험을 하나로 묶는 것은 바로 관계 개념입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이 인간 안에 3중으로 체험되는 것은 바로 사랑의 관계성 때문입니다.
그래서“위(位)는 셋이요, 본체(本體)는 하나”(una essentia tres personae)라는 정식을 푸는 열쇠는 사랑의 관계뿐입니다. 쉬운 말로 하면‘사랑이신 하느님’이것이 삼위일체 교의가 전하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의 관계 자체이며 이 관계로 인해 인간이 하느님께로 맺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삼위일체 교의를 통해 하느님에 대해 근본적으로 답을 얻었고 그 답을 주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1+1+1=3이라는 등식은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답이지만, 1+1+1=1(삼위일체) 이라는 등식은 인간 머리로 파악되지 않는 하느님 차원의 답입니다. 결국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면서‘어떤 이는 기둥이다. 어떤 이는 벽이다.’라고 말하는 식의 설명 밖에 인간은 하느님에 대해서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유한(有限)한 인간이 무한(無限)하신 하느님을 다 이해한다거나 설명한다거나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바가지 하나로 바닷물을 담으려는 것과 같은 불가능한 시도일 뿐입니다.
계시(啓示) 종교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하신 신(神)을 믿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에는 신비(神秘)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그리스도교는 여러 가지의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강생의 신비, 부활의 신비, 성체성사의 신비, 삼위일체의 신비 등입니다.
신앙의 신비들에 대한 궁금증을 믿음으로 극복하며 사랑의 실천 안에서 사랑이신 하느님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 하며 오늘 축일을 지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