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

가톨릭부산 2015.10.19 01:22 조회 수 : 39

호수 2322호 2015.04.05 
글쓴이 황철수 주교 

부활의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

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

부활하신 주님의 생명의 기운이 모든 교우님들의 삶을 축복하시고 새롭게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먼저 주님 부활과 관련하여 드는 의문입니다.‘예수님께서는 마리아 막달레나나 베드로 혹은 사도들에게 먼저 나타나실 것이 아니라, 자기를 죽인 사람들에게 먼저 나타나 그들의 인식과 판단과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저만이 아니라 부활이야기를 전하는 복음서의 저자도, 당시의 신자들도 품은 것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활이야기를 전하는 복음서의 곳곳에 그 흔적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사건을 누구보다 먼저 목격한 사람들은 무덤을 지키는 경비병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뜻밖의 사건을 돈을 받고 파는 정도의 정보로 취급하였습니다.(마태 28, 11~15) 그들은 부활사건을 목격하였지만 그 사건을 통해 기존의 어떤 인식도 바꾸지 않았으며, 그들의 삶과 믿음에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부활사건의 증언을 듣고 본 제자들마저도 즉각적 반응은‘헛소리 내지는 유령’이었습니다.(루카 24, 11. 37) 결정적 부활 증언에서 빠지지 않는 마리아 막달레나도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조우에서 당장은‘정원지기’로 밖에는 보지 않았다는 것을 요한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20, 15)

사실이 이럴진대, 예수님께서 자신을 재판하고 법정에 세워 처형한 사람들에게 나타나 보이셨다고 해도, 과연 그들이‘주님, 저희들이 정말 잘못 보았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생명의 주인이십니다’ 하며 그들의 인식과 판단과 믿음을 바꾸었겠습니까?

바로 여기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주님의 부활을 믿고 고백한다’는 것은 주님 발현의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고 갑작스럽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아니라고 하는 점입니다. 그것은‘십자가의 길과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해서야 참 생명으로 거듭나는 부활의 삶’에 대한 동의이고 긍정입니다. 그러한 동의와 긍정의 길을 통해 우리는 한걸음씩‘생명의 길, 부활의 길’을 깨달아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의 부활이야기는 이러한 깨달음의 길을 짧은 이야기 속에 압축한 것입니다. 이 부활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 저편의 세상만을 동경하며 살아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죽음을 통한 거듭남의 이치’를 깨닫고, 현실의 삶에서 더 적극적으로‘자신을 버리고 죽으며 새롭게 태어나도록’ 촉구합니다. 주님 부활의‘생명의 기’가 모든 분들의 삶을 더욱 새롭게 이끌어가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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