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21호 2015.0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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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현진 신부 |
예수님의 슬픔
정현진 세바스티아노 신부 / 송정성당 주임
오늘 우리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록한 아주 긴 복음을 읽습니다. 예수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셨던 제자들은 모두 달아나고 수많은 군중들의 조롱과 야유 속에서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십니다. 그리곤“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 34)라며 부르짖는데도 아버지 하느님은 침묵을 지키고 계십니다.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하느님 아버지에게조차 철저히 버림받은 듯한 외로움 속에서 그분께서 홀로 걸어오셨던 길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 수난기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진실한 아픔과 고통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수난과 십자가에서의 고통스러운 죽음 속에서 그분은 무엇을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까? 오로지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참으로 행복할 수 있는 진리를 깨닫게 하기 위해 그분은 십자가의 길을 스스로 걸어가셨던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그토록 사랑했던 그 사람들로부터 수난과 조롱을 받으시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분의 비참한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예수님께서 위로해주시고 품에 안아주셨던 모든 슬픈 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분께서 참으로 고통스러워 했던 것은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 받은 조롱이나 십자가의 고통과 아버지마저 버린 듯한 외로움이 아니라, 아직도 힘겨움과 외로움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과 여전히 진리를 외면하고 깨우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 참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은 당신께서 당하신 고통이 아니라 남겨진 우리들에 대한 아픔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기는 예수님께서 하셨던 그 일들을 이젠 우리가 이어가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치욕의 상징이었던 십자가의 죽음은 부활을 통해 거룩한 죽음으로, 진리의 영광스런 승리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살아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겪으셨던 수난의 삶입니다. 제자들 역시 주님의 부활 이후에 영광의 삶이 아니라 수난의 삶을 살았습니다. 주님의 영광스러운 부활을 통해 제자들이 겪게 된 부활은 예수님께서 살아가셨던 그 수난의 삶이 왜 진리의 삶이었고 참된 기쁨이었던가에 대한 깨달음이었습니다. 그것이 제자들이 겪은 부활이었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께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이제 더 이상 직접 돌봐주지 못하는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하셨던 그 일들을 이제 우리가 계속 이어가 주기를 간절히 바라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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