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15호 2015.02.15 
글쓴이 한인규 신부 

모든 사람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

한인규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새해를 맞은 교회는 계속해서 마르코 복음을 통해 그리스도가 어떠한 분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도 역시 하느님의 모든 권능과 자비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 고칠수 없었던 나병 등과 같은 전염병들은 모두가 죄의 결과로 여겼기 때문에, 이를 고칠 수 있는 분은 오로지 하느님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은 믿음을 가지고 다가오는 그 나병 환자에게 지체하지 않고 바로 측은한 마음으로 자비를 베풀어주시고 깨끗하게 해주십니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이 일을 통해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제1독서 레위기에서 병이든 자를 사제에게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신 것과 같이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제에게 가서 자신이 깨끗해진 것을 보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구약에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마태오 복음 5장 17절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구약의 율법을 폐지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신 분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그 완성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따르는 것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복음에서 예수님은 나병이 깨끗이 치유된 환자에게 다만 사제에게 가서 보이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 것을 단단히 이르십니다. 이것은 당시 많은 유다인들이 믿고 있었던 잘못된 메시아관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메시아는 단지 유다인들만을 위한 메시아였고, 그들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 주어야 하는 그런 현세적인 왕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께서 행하신 치유나 기적들이 이런 잘못된 이해 속에 놓이지 않도록 엄중히 이르셨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메시아이신 예수님은 유다인들 뿐만 아니라, 루카 복음 2장에 나타난 시메온의 노래에서처럼 만민에게 마련하신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이루러 오신 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혼의 구원엔 무관심하며, 현세적인 문제의 해결만을 바라는 사람들에겐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라 자신들의 목적과 안위만이 해결되는 나라로 잘못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2독서인 코린토 1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먹든지 마시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할 것을 우리에게 권고합니다. 우리 역시 우리 생각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에 우리 안에서 행하시려는 하느님의 뜻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묵상해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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