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무엇을 보러 오십니까?
김지황 바오로 신부 / 언양 성야고보성당 주임
주님 공현 대축일(公顯大祝日)입니다.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을 맞아 아기 예수에게 경배드리고 예물을 바치러 온 삼왕의 방문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동방 교회에서 유래한 주님 공현 대축일은 예전에 삼왕 내조 축일(三王來朝祝日)이라 불렀습니다. 과거 주님 공현 대축일의 이름이었던 삼왕 내조 축일이 그 내용을 나타내 준다면 주님 공현 대축일은 그 의미를 분명히 나타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 2장 1∼12절에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와 동방박사라고 알려진 삼왕이 등장합니다. 공동 번역 성경에서는 박사라고 했고, 200주년 기념 신약성경에서는 점성가라고 번역했습니다. 삼왕 또는 동방박사라고 번역, 사용되었던 그리스어 마고이의 단수 마고스는 현자, 꿈의 해석자라는 뜻입니다.
마태오 복음서의 예수님 탄생 이야기에는 루카 복음서와 마르코 복음서에 기록되지 않은 동방박사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카서 5장 1절에 기록된 베들레헴이 그리스도가 태어날 곳임을 알게 됩니다. 8세기에 삼왕에게 이름을 붙여 발타사르(Balthasar), 멜키오르(Melchior), 가스발(Gaspar)이라고 합니다. 동방 박사들은 성탄 후 주님 공현 대축일에 아기 예수님 옆에 놓여집니다.
아기 예수님은 이방인 동방박사들에게 공적으로 당신을 처음 드러내 보이십니다. 아기 예수님께 드린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온 세상의 임금님이심을, 세상을 구원하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그 구원은 십자가 죽음으로 완성될 것임을 미리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동방 교회의 공현 축일이 서방으로 전파되었을 때 예수님의 세례와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을 덧붙여 기념하게 됩니다.
가톨릭 전례의 3요소는 미사, 성사, 성무일도입니다. 공현이라는 의미를 광의(廣義)로 볼 때 어쩌면 매 주일 참례하는 미사 중의 성체성사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현의 사건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주일 미사에 참례하실 때 무슨 예물을 들고 오시는지요? 무엇을 놓고 무엇을 가져가시는지요? 하느님을 만나러 오실 때는 두 손 가득히 들고 오셔서 모두 놓고 가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성당에 무엇을 보러 누구를 보러 오십니까? 주님의 공현(公顯)을 보기 위해서인지 행여, 다른 사람들의 공연(公演)이나 나의 공연을 위해 온 적은 없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