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08호 2015.01.01 
글쓴이 전산홍보국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48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요약)

더 이상 종이 아니라 형제자매입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은총과 선물로 주시는 새해를 맞이하여, 저는 모든 이, 세계의 모든 국민과 민족들, 국가와 정부의 지도자들, 여러 종교 지도자들에게 진심어린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저는 전쟁과 분쟁이 종식되고, 인간이 자초한 고통, 온갖 전염병과 엄청난 자연 재해에 따른 고통이 사라지기를 기원합니다.

올해 담화의 주제는 바오로 성인이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의 구절에서 선택하였습니다. 그 서간에서 사도는 “그가 잠시 그대에게서 떨어져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를 영원히 돌려받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대는 그를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종 이상으로, 곧 사랑하는 형제로 돌려받게 되었습니다”(필레 1,15-16). 그러므로 그리스도께로 돌아서는 것, 곧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탄생(2코린 5,17; 1베드 1,3 참조)을 의미합니다. 이는 가정생활에 바탕이 되는 유대와 사회생활의 토대인 형제애를 낳습니다.

창세기(1,27-28 참조)를 보면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아담과 하와는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라는 축복에 맞갖게 살아 최초의 형제 관계, 카인과 아벨의 형제 관계를 낳았습니다. 이들은 하느님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그들의 부모와 같은 혈통과 본성과 존엄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제애는 또한 형제자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성과 차이를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형제자매로서 본질적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형제애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류 가정을 키워나가는 데에 근본이 되는 관계망을 형성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창세기에 나오는 최초의 창조와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탄생 사이에는 죄의 부정적인 현실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인류의 형제애를 번번이 끊어버리고, 한 인류 가정 안에서 형제자매가 되는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끊임없이 훼손시킵니다. 카인은 아벨을 몹시 꺼려했을 뿐만 아니라 질투에 눈이 멀어 아벨을 죽여 최초의 형제 살해를 저지르고 맙니다.

또한 노아와 그 아들들의 가족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창세 9,18-27 참조). 함이 아버지 노아에게 불충하여 노아는 무례한 아들을 저주하고 아버지를 공경하는 다른 아들들을 축복하였습니다. 이리하여 한 배에서 나온 형제들 사이의 불평등이 빚어졌습니다.

인류 가정의 근원에 관한 이야기에서 하느님과 아버지 상과 형제에게서 멀어지는 죄는 친교에 대한 거부의 표현이 됩니다. 이는 노예살이의 문화(창세 9,25-27 참조)를 만들어 내어 그에 따른 영향들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집니다. 여기에는 타인에 대한 거부, 인간 학대, 존엄과 기본권의 침해, 그리고 불평등의 제도화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죄가 많아진 그곳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은총이 충만히 내린다”(로마 5,20-21 참조)는 것을 믿으며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으로 완성된 계약으로 끊임없이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은총과 선물로 주시는 새해를 맞아, 전쟁과 분쟁이 끝나고, 고통과 전염병, 자연 재해에 따른 고통이 사라지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으며, 이들의 자식들은 형제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 형제들은 하느님을 닮은 부모처럼 존엄을 지닙니다. 형제자매는 다양성과 차이를 보여주고, 본질적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형제애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류 가정을 키워나가는 데에 근본이 되는 관계망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이 안에는 현실적으로 형제애를 끊어버리고 훼손시키는 죄악이 있습니다.

오늘날 노예제도가 공식적으로는 폐지되었지만 이전부터 인간을 노예로 삼는 현상이 있어왔습니다. 국제 공동체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어린이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유를 빼앗기고 노예살이와 다름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나라에서조차도 가사 노동, 농업, 제조업이나 광업에서 많은 이들이 노예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합법적으로 체류하기 위하여 비인간적인 생활과 노동의 조건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굶주림을 겪고 자유를 박탈당하며 재산을 빼앗기고 육체적,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성년자들이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많은 여성들이 강제 혼인과 정략결혼에 시달립니다. 장기 적출, 강제 징집, 구걸, 마약의 생산과 판매와 같은 불법 행위, 국제적인 위장 입양을 위한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는 미성년자와 성인들도 있습니다. 테러 집단에 납치되고 구금되어 이용당하는 이들도 고통 중에 있습니다. 이런 노예살이의 원인은 빈곤과 교육 기회의 부재, 부족한 일자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이들의 부패, 무력 분쟁, 폭력, 범죄, 테러입니다.

노예살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수도회들이 피해자들을 돕고, 재활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적 차원에서 예방, 피해자 보호, 가해자에 대한 사법 처리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가들은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법들이 올바로 적용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부간 기구들은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협력하고, 기업들은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근로 조건과 적정 임금을 보장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웃이 누구이든 그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도록, 무관심과 경제적 이유로 눈 감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너는 네 형제에게 무슨 짓을 하였느냐?”고 물으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 연대와 형제애의 세계화를 위한 일꾼이 되어 그들에게 희망을 되찾아 주고, 용기 있게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우리에게 맡겨 주셨습니다.

바티칸에서, 2014년 12월 8일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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