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98호 2018.0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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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변미정 모니카 |
귀 기울이는 교회
변미정 모니카 / 초량성당,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세상에는 수많은 죽음이 있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고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반응, 방식, 태도는 다 다르다. 나와 얼마나 가까운 사람이었냐에 따라 슬픔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이의 죽음 앞에서도 그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든 애도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 된 노동자가 죽었다. 고인은 해고 후 복직이나 취업이 되지 않아 신용불량자가 됐고, 공사장과 운전 일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오다 지난달 평택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와 연관해 목숨을 잃은 30번째 사망자다. 노조와 대책위원회가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은 조롱과 폭언, 의자 등을 던지면서 조문을 방해했다는 기사를 봤다.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하는 앞에서 폭식 이벤트를 벌인 사람들이 오버랩되었다. 긴 탄식과 함께 절로 기도가 나왔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을까?
노동사목은 지난 해부터 준비해오던 노동자와 사회활동가 심리치유 모임을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1년 여의 시간을 고공농성했던 노동자, KTX 여승무원들처럼 장기 투쟁 사업장의 노동자, 노조조차 만들 수 없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 위험한 일은 다 맡고 있지만 언제 계약종료 될지 모르는 파견노동자, 온갖 궂은일은 다하며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현장 실습생이라는 이름의 청년 노동자,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알바노동자 등 먹고 살기 위해 힘겹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처지를 살피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노동사목이 얼마 후면 교구에서 마련해 준 곳으로 이사를 간다. 우연찮게도 30여 년 전 가톨릭노동상담소가 첫 문을 열었던 지역이다. 고맙게도 사상성당과 담을 같이 쓰는 이웃이 된다. 비록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지만 신부님과 많은 노동자들이 몇 달 동안 땀 흘리며 노동자들을 위한 소박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돈이 우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을 위한 사목이란 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봉사(serve)하고, 동반(accompany)하며, 변호(advocate)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믿는다. 이 또한 대부분 자신의 노동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평신도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기도와 힘을 모아줄 때 ‘노동사목’의 역할은 보다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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