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머무시는 외딴곳

가톨릭부산 2018.07.18 09:28 조회 수 : 208 추천:1

호수 2498호 2018.07.22 
글쓴이 박갑조 신부 

예수님이 머무시는 외딴곳
 

박갑조 신부 / 맑은하늘 피정의 집 관장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하고 말씀하십니다. 누구나 외딴곳에 머물러 보면 앞서 살아온 날들이 조각난 하얀 먼지처럼 떠오를 것입니다. 번잡한 곳에서는 사람들의 속사정을 맑고 환하게 보고 듣기가 쉽지 않은 법입니다.

   쉰다는 것은 밖으로 나가기만 하는 시선과 말들을 멈추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멈추는 가운데 이미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들이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무엇을 찾는지, 또 누구를 기다리는지를 선명하게 알게 해 주는데, 제자들에게 있어서는 예수님께 파견되어 그분의 심부름을 하는 동안 가르치고 돌본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의 신원도 알게 해 주었을 겁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맡기신 그들은 누구일까요? 자기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 덜떨어진 사람? 아닐 것입니다. ‘이웃을 나 자신과 구별하며 살았던 사람’일 것입니다. 이웃과 구별하면서 비참과 교만을 맛보고, 내적인 고독이 깊어 시린데도 그 이유를 몰라 힘들게 지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래서 예수님의 복음, 하느님의 현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 그들이 바로 예수님께서 보시는 가엾은 사람이며, 군중이고, 목자 없는 양들(34절) 같은 사람일 것입니다.

   외딴곳이 쉼을 통해 이 같은 답을 찾는 장소가 되면, 예수님께서 군중을 두고 떠나시면서도 그 행보를 군중들의 시야에 드러내 좋으시는 이유를 알게 됩니다. 자기 내면의 답을 찾는 일은 제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군중들에게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도 그 ‘외딴곳’으로 초대하십니다. 떠난 적이 없는 목자를 떠나버렸다고 여기는 군중에게는 ‘소리 없는 마음의 말’로써, 그리고 제자들에게는 ‘소리는 있되 마음을 열어야만 들을 수 있는 마음’으로 그들을 외딴곳으로 부르셨던 겁니다. 

   그렇게 누구라도 자기에게 하느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제자와 군중 역시 구별할 필요가 없겠지만 누구는 가르치고, 또 누구는 가르침을 받고, 언제는 노동을 하고, 또 언제는 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거기가 하느님을 만나는 외딴곳이며, 은총의 자리가 됩니다.

   그러면 우리들에게 외딴곳은 어디가 되겠습니까? 그곳은 다른 어떤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늘 살아가는 곳, 서툴고 불편하고 하느님이 안 계실 것 같은 이 세상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이 계시는 곳은 어떤 곳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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