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05호 2014.12.21 
글쓴이 정성철 신부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정성철 시몬 신부 / 선교사목국 부국장

“남들이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이 시는 1926년에 발간된“님의 침묵”이라는 시집 안에 있는 만해 한용운의‘복종’이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이 시는 일제식민지 시대에 주권을 빼앗긴 조국과 절대자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의‘복종’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자발적이며 능동적인 복종입니다. 그것은 사랑 때문에 하는 희생과 헌신이기에, 단순한 자유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감을 주게 됩니다.
창세기 22장을 보면 놀라운 복종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브라함은 그의 나이 백 살에 아들 이사악을 얻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의 사랑하는 아들을 제물로 바치도록 합니다. 아브라함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았던 아들이었지만 하느님의 말씀에 복종하여 바치게 됩니다. 결국, 그러한 그의 행동에 감동한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복을 내리게 됩니다. 아브라함의 이 순명은 사랑하는 가족을 포함해서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더 하느님을 사랑하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가브리엘 천사는 나자렛으로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를 찾아가게 됩니다. 천사는 이 약혼 기간 중에 마리아를 찾아가 마리아가 구세주 예수님을 낳게 될 것이라는 통보를 합니다. 천사의 말에 마리아는 결국 순명하여,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라는 대답을 하게 됩니다. 마리아의 이 대답은 이해할 수 없음에도 받아들여야 하고, 사회적인 수많은 불이익과 생명의 위협을 감내하고, 개인적인 욕심을 모두 버려야 하는 응답이었습니다. 마리아의 순명도 역시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천주교 부산교구는 교회력으로 2014년 11월 30일 대림 제1주일을 기점으로‘문화 복음화의 해’를 지내고 있습니다. 문화란 문화취향을 말하기보다는 사상과 의식, 도덕과 가치관 등이 빚어낸 사회전반의 생활양식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문화와 더불어 살아가고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을 상품화하고 타인을 도구로 삼아 살아가는 문화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 희생과 섬김이라는 복음적 가치로 살아가는 문화를 형성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문화 복음화의 해’를 지내는 목적입니다. 대림 시기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성모님이 보여주신 것처럼, 이웃과 하느님을 사랑하며, 자신의 뜻보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순명을 배우는 문화 복음화의 해를 보내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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