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303호 2014.12.07 |
|---|---|
| 글쓴이 | 윤승식 신부 |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윤승식 모세 신부 / 두왕성베드로성당 주임
“인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본의 모리 가즈히로 주교님이 쓴『눈을 뜨고 사랑을 보라』라는 책에 나오는 질문입니다. 지난달, 울산 효 사관학교 강의에서 제가 던진 질문이기도 합니다. 대답이 없어서“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라고 하니, 건강, 신뢰, 사랑… 하다가 누가“돈!”이러니까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다들 웃습니다. 돈이 우리 세상에서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답이었습니다.
제가“생명”이라고 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돈이면 다 된다’하지만 생명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만들어 팔지도 못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대로 사람을 만드시고, 선물로 주신 생명을 무엇보다도 귀하게 여기고,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인권의 기본이고, 교회가 오늘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로 지내는 이유입니다.
신분 제도가 있던 조선 시대에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성경을 통해‘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창조되었기에 평등한 존엄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왕후장상, 사농공상, 반상의 구별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신분제 철폐는 국가기강을 무너뜨리는 역적의 주장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꼭 필요한 시대적 요청이었으며, 하느님의 소명이었습니다. 순교자들은 양반과 상놈의 신분 제도가 없어지고 모두가 한 형제 되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예언자적 소명으로 박해를 받으며 목숨을 바쳤던 것입니다.
그를 통해 얻어진 우리 사는 세상은 어떤가요? 신분 제도는 없어졌다지만 인권이 제대로 서 있습니까? 세월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양상은 생명보다는 돈이 우선이었습니다. 4대강, 쌍용차 노동자의 해고와 가족들의 고통, 용산 참사, 제주 해군기지 강정마을, 밀양 원자력 발전소 송전탑,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들은 사람의 생명보다는 돈의 욕망이 더 컸던 결과가 아니던가요? 유신 시대나 군사정권보다는 낫다지만, 돈이 생명보다 귀하게 여겨진다면 나을 게 없습니다.
사제 가문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살 수 있었던 요한은 돈(물질)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듣기 위해 광야로 나갑니다. 거친 낙타 털 옷이 살을 긁어도, 박한 음식인 메뚜기와 들꿀을 얻기 위해 추운 새벽 땅을 뒤지더라도, 하느님의 소명을 듣는 예언자의 삶을 살았기에,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로 주님의 길을 마련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이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어, 예언자로서의 소명을 살아야 합니다. 정의의 편에 서서 평화와 인권을 지키며 주님의 길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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