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시간과 거룩한 장소
최성욱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추억의 시계는 신학교 4학년을 마친 후 떠났던 군 복무 시절로 돌아갑니다. 아름다운 성전이 있는 신학교에서는 솔직히 소홀했던, 그러나 성전이 없는 전방의 막사에서 더 간절하게 다가왔던 것이 기도였습니다. 당시 이등병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은 재래식 화장실에서의 5분 간이였습니다. 저는 그곳을“화장실 3사로(射路)1)의 공소!”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기도하는 장소는 누추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거룩한 시간과 거룩한 장소에 대한 묵상을 남겨주었습니다.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에 “나에게 성전은 어떤 곳일까?”를 물어봅니다.
첫째, 성전은 하느님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자신을 두고 성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요한 2, 21 참조) 우리는 성전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둘째, 그리스도인은 성전에서 자신의‘정체성’을 확인하는 거룩한 시간을 가집니다. 기도하는 시간은 예수님을 만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결국 성전은 하느님 자녀들이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에 누리는 구원의 기쁨을 노래하는‘잔칫집’입니다.“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까닭은 주님께서 공급해주시는 생명수가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니다.(에제 47, 12 참조) 하느님 자녀들은 예수님을 만나서 생기를 되찾고 구원받은 백성으로서, 잔칫상을 차려주신 주님께 찬미의 노래를 성전에서 부릅니다.(시편 23편 참조)
이번 주간에는 특히,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묵상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거룩한 시간, 기도의 시간을 잘 관리하고 있습니까? 저에게 화장실 3사로는 신학생으로서‘정체성’을 유지시켜주던 추억의 장소였다면, 하느님 자녀로서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성전, 거룩한 장소에 여러분들은 자주 머물고 있습니까? 하느님 백성의 최종 목적지인 천상 예루살렘의‘잔칫집’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1) 사로(射路) : 사격훈련을 하는 통로를 뜻하는 군대용어로 사병들이 재래식 화장실을 빗대어 표현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