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298호 2014.11.02 |
|---|---|
| 글쓴이 | 김대성 신부 |
순종과 헌신을 위한 낮아짐
김대성 사도 요한 신부 / 성모여고 교목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낮아지라고 말씀하십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원하지 말 것이며 스승이라 불리기를 좋아하지도 말라고 말씀하십니다.“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마태 23, 12) 우리들은 이 말씀을 여러 번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긍정했을 수도 있습니다.“그래, 낮아져야지. 그것이 합당한 길인 것 같아.”하지만 왜 낮아져야 하는지 무엇을 위한 낮아짐인지를 성찰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면 예수님이 우리에게 전해주려고 하는 더욱 소중한 메시지를 놓쳐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낮아지지 않고는 하느님께 순종할 수 없습니다. 참된 겸손이 없다면 사람을 통해 전해주시는 하느님의 뜻에 진정으로 순종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낮아지지 않고는 올바르게 헌신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선행을 하고 희생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활동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자 한다면 순수하고 맑은 헌신이 필요합니다. 내 뜻을 내려놓고 내 욕심과 고집을 포기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온전히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청하고 나의 전부를 내어드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헌신일 것입니다.
지난 6월에 하느님 품으로 가신 예수회 정일우 신부님의 삶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편안하게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서울 양평동 판자촌으로 들어가 약간의 정신지체와 알코올중독이 있던 노숙자를 당신 방에 모셨는데 그 분의 신발을 벗기니 겹쳐 신은 양말이 아홉 켤레나 되었다는 일화가 떠오릅니다. 몸에서 품어 나오는 극심한 악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좁은 방에서 같이 식사하고 함께 지내며 그분을 섬겼습니다. 청계천을 비롯한 빈민 지역에서 18년, 충북 괴산의 농촌에서 10년, 그리고 투병 중에 기도하시며 10년, 자신을 낮추어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았고 예수님의 사랑과 희망을 나누었습니다. 낮아짐을 통한 순종과 헌신으로 생명을 돌보고 사람을 살리는 하느님의 일을 행복하게 하셨습니다. 신부님의 장례미사에 500여 명의 성직자, 수도자, 교우님들이 모였습니다. 예수회 회원들, 빈민 공동체, 농촌 공동체에서 정 신부님과 함께 살았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정 신부님이 참으로 나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분은 정말 나에게 특별한 사랑을 주셨습니다.”라는 한결같은 그분들의 고백이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마태 23, 12)
낮아지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신을 낮출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도 나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낮아짐을 통한 순종과 헌신,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구원과 생명의 길로 힘있게 초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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