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이중성에 대하여

가톨릭부산 2015.10.17 01:12 조회 수 : 37

호수 2297호 2014/10/26 
글쓴이 천경훈 신부 

사랑, 그 이중성에 대하여

천경훈 프란치스코 신부 / 꽃바위성당 주임

오늘 복음의 이른바‘사랑의 이중 계명’이라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한 편으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구분이라는 모호함과 함께“이웃 사랑이 혹여 하느님 사랑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합니다. 일찍이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런 혼란스러움 때문에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했습니다.“오! 주님, 저를 용서하소서. 저는 해와 별과 글라라와 자매 모두를 사랑합니다. 오직 당신만을 사랑해야 할 것을…”그러자 그에게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답을 하지요.“프란치스코야 나는 해와 별과 글라라와 자매를 모두 함께 사랑하노니, 너 사랑하는 것 나도 사랑한단다.”

이중성이라는 단어, 그것은 인간의 삶과 관련되어질 때, 조금은 부정적인 느낌이 강합니다.‘이중인격자’,‘이중적 태도’등. 라틴어에도‘두 마음을 품다’라는 뜻에서 비롯된 디아볼루스라는 말은 악마를 가르키는 단어입니다. 이런 면에서 그리스도교 윤리라고 말하는‘사랑의 이중 계명’에서 때로 느끼는 당혹스러움은 어쩌면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에 그 한 원인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이며‘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고 고백은 하면서도 정작 그 사랑의 방식이 우리 개인, 혹은 우리 인간이 만들어 놓은 굴레에만 닫혀 버릴 때, 다시 말해서 사랑의 주도권이 하느님이 아닌, 내가 될 때 그것이 사랑의 이중적 태도입니다. 따라서‘사랑의 이중 계명’이 사랑에 대한 이중적 태도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하느님께서 어떻게 사랑하시는가를 들여다보고, 사랑의 주도권을 하느님께 돌려드림으로써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던졌던 프란치스코가 이제 사랑의 혼란스러움 앞에서 하느님께서 그 이중적인 면들을 친히 벗겨 주심을 체험했듯이 말입니다. 사랑에 있어 그 주도적인 역할은 프란치스코가 아닌 바로 하느님 그분이셨습니다. 그러나 주도권을 내어드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 방식을 철저히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 방식은 이러합니다. 죽을 수 있는 하느님, 아니 죽음을 굳이 받아들이는 하느님, 흔들리지 않음이 아니라 오히려 흔들리는 사랑, 그 흔들림에서 결국 당신의 삶마저 내려놓는 사랑,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모습, 하느님의 얼굴, 하느님의 사랑 방식입니다. 때로 우리의 사랑 방식은 내 자리, 내 뜻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를 죽이는 사랑,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덜 사랑하는 길이 아니었는지 돌이켜 반성해 봅니다. 이번 주간 하느님의 그 놀라운 사랑 앞에 순간을 살듯이 사랑하고, 영원을 살듯이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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