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96호 2014.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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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준한 신부 |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
김준한 빈첸시오 신부 / 감물 생태학습관 행정부관장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1독서 : 이사 2, 4) 이는 가장 어리석은 말입니다. 남을 해치려는 목적이 없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자신을 방어할 수단조차 내던지는 것은 엄혹한 현실경쟁사회에서 스스로 도태하고 말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말입니다. 과연 이것이 우리 주님께서 말씀하셨고 우리 또한 거기로 초대하신 바로“당신의 길”(이사 2, 3)이라고 한다면, 복음의 길은 위험한 길입니다. 시대를 거꾸로 살 것을 요청하시는 주님의 뜻은 우리 일상의 가장 중요한 그 기반을 다시 점검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보십시오. 주님의 십자가 죽음과 유다인들의 박해를 피해 패잔병처럼 뿔뿔이 흩어진 제자 중, 기껏 몇이 갈릴래아로 낙향한 모습을. 갖은 고생과 열정을 다해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도달한 수도 예루살렘을 포기하고 인적 드문 갈릴래아로 후퇴하여 초라한 몰골로 주님을 대면한 제자들. 어쩌면 교회는 처음에도 그랬지만 마침내도, 더는 잃을 것이 없는 가난한 이들의 베이스캠프 일지도 모릅니다. 기가 꺾여 곧 쓰러질 듯 흔들리는 군상들을 다시 불러 모으신 주님의 행동은 처음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제자를 부르신 그때보다 보기가 더 딱할 지경입니다.
바로 이런 하찮은 존재가 된 제자들에게 주님께서는 감히“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마태 28, 18)을 주십니다. 그러나 그 권한이라는 것은 더는 영웅적이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새로운 권한입니다. 어쩌면 제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바를 냉정하게 무시하는 권한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으로 제자들은 돌을 빵으로 바꿀 수도 없고,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무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상의 권력에 굴복한다고 요행히 삶이 행복해지는 일도 절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마태 4, 1 이하 광야의 유혹 참조)
주님이 주시는 이 권한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전교뿐이라고 폄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위대한 권한입니다. 세례자 요한이“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마르 1, 7)이라고 소개한 주님이, 우리에게“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요한 14, 12)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바로 그 권한입니다. 결국 우리가 주님 앞에 가난한 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그 믿음을 이웃에게 고백할 때, 우리는 주님의 마지막 선물인‘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으로 말미암아 그 이웃과 더불어“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 1)을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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