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95호 2014.10.12 
글쓴이 김태형 신부 

하느님의 부르심에 늘 깨어 응답하는 삶

김태형 세례자 요한 신부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남녀 간의 사랑도 무르익는 10월이 되면 이곳저곳에서 혼인 잔치가 벌어집니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특별한 날인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식장에 참석하는 하객들의 옷차림이 화사하면서도 격식이 있어 보입니다. 혼인식이 인생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가장 뜻깊은 시간이고 평생 단 한 번 누려야 하는 큰 기쁨의 자리이기에 초대받은 하객들은 그 초대에 기꺼이 응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격식을 갖추게 됩니다. 이처럼 인간사 안에서 혼인 잔치만큼 기쁜 일은 없기에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서 하늘나라에서의 기쁨을 혼인 잔치에 비유하시고 우리 모두를 그 잔치에 초대하듯이 하늘나라로 부르십니다.

혼인 잔치에 대한 유다인들의 관습은 미리 초대할 사람들에게 알려두었다가 잔치 준비가 다 되면 종들을 보내서 오라고 알리는 것입니다. 그 관습대로 한 임금은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 준비가 다 되어서 종들을 보내어 그 잔치에 오라고 초대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먼저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 그 초대를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 초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밭으로, 어떤 사람은 장사하러 나갔습니다. 어떤 사람은 초대하러 온 종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임금은 노발대발하고 군대를 보내어 그 사람들을 죽여 버리고 그들이 사는 고을도 모두 불태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임금은 다시 종들을 보내어 거리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는 대로 혼인 잔치에 오도록 초대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관습을 비유하여 하느님의 초대에 응하지 않는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을 비롯한 유다인들의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당신을 따르도록 유다인들을 초대하였지만 그들은 그것을 소홀히 여겨 그 초대를 거절했습니다. 그 결과로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초대의 길이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곧 죄인들과 이방인들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초대를 받은 것은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거저 베푸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당시로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멋지고 아름다운 하늘나라를 준비해 놓고 지금도 우리들을 초대하십니다. 그런데 초대받은 우리들은 직장, 사업, 학교, 공부, 학원, 가족 등 일상적 분주함으로 영원한 것을 잃어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잃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사실 오늘 비유에서의 비극은 초대에 응하지 아니한 사람들이 형벌을 받은 것보다도 혼인 잔치의 기쁨을 잃어버린 일입니다. 현세 생활의 분주함으로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기쁨의 삶을 잃어버리는 비극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느님의 부르심에 깨어 응답하고 그에 따른 예복도 갖추어 입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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