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려는 마음
전재완 안드레아 신부 / 서동성당 주임
성당에 나오지 않는 사람은 차치하고, 성당에 나온 사람들 중에도 공동체와 함께 잘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으로 떠나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때론 사제들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때론 같은 신자들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대부와 대모의 관계에서, 때론 공동체의 일 때문에 스스로 믿음의 회의를 느껴 함께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잘 믿다가도, 열심히 하다가도, 행여나 삶에 환난과 실패와 역경이라도 만나게 되면 금방 실의에 빠지기도 하고 좌절하는 것이 우리네 신앙입니다. 물론 그런 일을 당하게 될 때 더 굳게 하느님을 붙들고 의지하며, 기도하고 매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는 믿음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관하여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밀과 가라지에 대한 말씀입니다. 제자들이 밭에 가라지를 뽑아버리려고 하자 예수님께서는“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 29∼30)고 하십니다. 가라지를 없애버려는 제자들의 열정을 식혀버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알려주셨다는 것입니다. 함부로 너희가 뽑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밀과 가라지를 분별할 능력이 너희들에게는 없다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당신 외에는 어느 누구도 심판할 권한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교회조차 용서할 권한은 있지만 심판할 권한은 없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늘 우리에게 남을 심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사랑으로 껴안으라고 하십니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그러시면서 언제나 자신의 들보를 먼저 보아야 한다고 깨우침을 주십니다.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심판할 권한을 받지 않았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기뻐하시는 주님의 모습이 우리 삶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죄인들과 언제나 함께하시는 우리 주님의 사랑이 우리들 안에 그리고 우리 공동체 안에 그대로 녹아나야 하겠습니다.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진 우리들의 삶 속에 먼저 남을 심판할 것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로써 함께 하려는 마음이 무엇보다 소중하겠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농민 주일을 함께 보냅니다.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늘 기억하며, 생명을 가꾸는 농민들을 위하여 오늘 이 미사를 봉헌 드립니다. 그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세상이 되길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