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93호 2016.0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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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탁은수 베드로 |
무엇이 중헌디?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보도국 부장 fogtak@naver.com
오랜만에 부산을 찾은 친구들이 해운대의 고층아파트를 보고 놀랍니다. 마천루의 야경이 부유한 외국 느낌이랍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생활환경은 부러울 것 없는 정도가 됐습니다. 도로에는 고급브랜드의 수입차가 늘었고 학생들도 최고사양의 휴대폰 하나쯤은 갖고 다닙니다. TV를 켜면 수십 개의 채널이 나오고 냉장고도 여러 개인 집이 많습니다. 굶주리는 사람보다 비만이 걱정인 사람이 더 많고 남은 음식을 쓰레기로 처리하는 데 큰돈을 씁니다. 세계에서 제일 빠른 인터넷에다 풍부한 물과 전기, 그리고 치안과 교통 같은 기반시설도 선진국이 부러워할 수준의 나라. 지금 우리는 민족 역사상 최대의 부를 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의 많은 숫자가 이 나라를 지옥에 비유해‘헬 조선’이라고 부릅니다. 점점 심해지는 기회의 불평등과 빈부의 격차, 금수저와 흙수저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청년들을 절망에 머물게 합니다. 불필요한 경쟁을 뚫고 진학, 취업에 일단 성공해도 경쟁은 더 치열하고 비열해집니다. 불평과 불만이 때론 자기비하로, 때론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번져서 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어느 때보다 잘 먹고 잘사는 우리가 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주님은 귀한 아들을 보내서 구원을 주셨는데 왜 우리는 일상을 지옥처럼 느낄까요?
예수님은“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치라.”(공동번역 마태 22, 21)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느님의 것도 세속으로 비유되는 카이사르에게 바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욕망은 필요를 채우고도 결코 번식을 멈추지 않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위해 하느님이 주신 생명과 사람, 사랑의 가치까지 세속의 가치로 바꾸고 이를 밑천으로 욕망의 바벨탑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성이 화폐가 되고 인문학이 상품이 되는 시대에 어디에서부터 잘못을 바로잡을지, 누구를 붙잡고 바른길을 물어봐야 할지 답답합니다. 잘못 꿴 단추는 다시 풀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불신과 단절의 시대,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생명의 시작인 하느님입니다. 하느님 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보다 무엇이 중한지 하느님이 알려주시길, 그 응답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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