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2016. 7. 19. 연중 제16주간 화요일(대리구미사)

① 미카 7,14-15.18-20 ㉥ 마태 12,46-50.

 

 주님의 기도- 대화구조

 

!!, 지난해부터 우리는 기도에 묵상을 해 왔습니다. 기도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인용하여 기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기도의 단계와 기도의 내용을 묵상하였습니다.

 

오늘부터는 가장 올바르고 완전한 기도, 주님의 기도에 대한 묵상을 시작합니다. 초대교회부터 2천년동안 교회는, 주님의 기도를 매일 하도록 신자들에게 가르쳐 왔습니다. 그 이유는 주님께서 직접 가르치신 주님의 기도는 모든 기도의 모델이고 완성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기도를 수많은 교부들이 설명하고 주해를 했습니다. 특히 대데레사성녀는 “영혼의 성”에서 주님의 기도를 잘 묵상하고 실천하면 곧 완덕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가르칩니다. 즉 주님의 기도 내용을 묵상하고 실천하면 바로 성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나 습관적으로 마치 염불하듯이 아무 생각없이 주님의 기도를 외운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타성에 젖어 그 내용을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 내용을 실천으로 옮길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주님의 기도의 중요한 내용을 알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하지말고, 대데레사 성녀께서 가르치신 대로, 그 내용 하나 하나를 묵상하고, 실천하기 위함입니다. 또 주님의 기도를 통하여 기도하는 법을 주님께로부터 직접 배우면서,, 완덕의 길로 나아가는 은총을 받기 위함입니다.

 

먼저, 주님의 기도를 전체적으로 보면, 주님의 기도가 대화구조로 되어있음이 즉시 드러납니다. 여기에서 기도가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에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상대방과 너와 나의 관계를 맺게 됩니다. 물론 상대방이 부모든, 친구든, 아랫사람이든,, 어떤 사람이든 부르는 호칭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대방이든, ‘너와 나’의 관계를 맺어야 대화가 됩니다. 대화는 자기 앞에 있는 상대방에게 직접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이 너와 나의 대화가 기본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 아버지를 “너”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어법에 어른을 보고, “너”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에, 너라는 원문을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라는 3인칭으로 번역했습니다만, 본래 이 아버지는 모두 “너, 당신”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문 그대로 번역하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당신의 나라가 오시며, 당신의 뜻이...”라고 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모든 기도생활을 되돌아봅니다. 우리는 매일 묵주기도를 적어도 5단은 바칩니다. 심지어 어떤 신자는 100단도 바친다고 합니다. 제가 옛날 해운대 성당에 있을 때, 어떤 신자가 제게, 자랑하길,, 자기는 하루에 묵주기도를 100단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중앙성당에 있을 때, 어떤 신자는 붓글씨로 성경필사를 하루에 몇시간씩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신자는 아침저녁기도와 모든 기도를 빠짐없이 한다고 자랑하듯 합니다.

이런 우리의 기도생활을 되돌아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묵주기도를 매일 바치고, 또 성경을 읽고 필사했는데... 과연 주님과 얼마나 깊은 대화가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주님과 성모님께서는 묵주기도를 좋아하십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숫자만 채우는 그런 기도가 우리를 성덕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한번 되돌아봐야 합니다. 또 매일 바치는 일상적인 기도가 기도서를 그냥 읽는 것인지 아니면, 주님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기도인지를 봐야 합니다. 그래서 대데레사 성녀는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주님의 기도를 몇백번하는 것보다, 천천히 한구절 한구절, 묵상하면서 한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하신 것입니다.

 

또 한번은, 어떤 신자가 질문을 해 왔습니다. 어떤 지향과 목적을 가지고 주님께 특별한 은총을 청하기 위해서, 50일 기도를 하는데, 49일째 되는날 하루를 남겨두고 너무 바빠서 기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루종일, 눈코뜰새없이 바쁜데다가 손님까지 와서 정말 기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그날 하루 활당된 기도를 안했으니, 그 50일 기도가 다 허사가 된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제가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그 기도를 가르쳐준 신자와 수녀님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너무 억울하고 힘들어서 묻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기도생활에서, 마치 불공드리듯이, 또는 치성(致誠)드리듯이, 기도를 바치는,,,그런 좀 이상한 기복신앙같은 미신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도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 정도로 정성을 드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도는 우리가 바라는 축복을 주님께 타내기 위해 치성을 바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의 본질은 하느님의 마음을 알아듣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알아듣고, 그 뜻을 알아듣는 것입니다. 우리가 청하는 것은 너무나 단편적인 은총이고 또 자기중심적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하느님은 아버지이시고 사랑이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필요한 것을 청하기 전에 이미 다 알고 주시고자 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정말 모르는 것은 주님이 원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기도는 끊임없이 주님의 뜻을 묻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대화가 시작됩니다. 주님께 나의 생각과 내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서,, 내가 무엇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럽고 또 기쁜지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동시에 그런 나의 생각과 내 희노애락 속에서 주님은 무엇을 바라는지 묻는 것입니다.(예: 단순함의 기도)

이렇게 주님과 대화가 이루어지면, 그 기도를 통하여 내 삶속에 주님이 어떻게 개입하고 무엇을 바라시는지 서서히 알아듣게 됩니다. 이때 무한한 사랑으로 나에게 다가오시면서 당신의 뜻을 보여주시는 주님께로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달라고 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우리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 주님사랑에 감사드리게 됩니다. 그런 기도야말로 내 중심에서 하느님 중심으로 삶을 바꾸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바로 하느님을 중심으로 대화하게 합니다. 나를 중심으로, 우리를 중심으로, 내 필요한 것만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나라가 오기를 청하는 기도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를 바치면,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주님의 기도를 통하여 앞으로도 우리에게 직접 기도하는 법을 계속해서 가르쳐주시고 우리 세상살이에서 함께 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의 이 은총이 여러분에게 가득 내리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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