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100호 2018.06.24. 21면 



부산교구 124개 성당 순례 첫 완주자 지체장애인 김규인씨

“휠체어 타고도 할 수 있단 걸 알리고 싶었죠”

부산평협 발간 「본당순례」 따라
20여 일간 교구 내 성당들 방문
“순례 중 받은 격려·환대 큰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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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구 124개 성당 순례를 마친 김규인씨가
「본당순례」 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순례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제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부산교구 124개 성당 순례를 휠체어로 완주한 지체장애인 김규인(요셉·67·부산 이기대본당)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부산교구 평협이 한국 평신도 희년을 맞아 올해 2월 펴낸 「본당순례」 책자에 따라 교구 내 모든 성당 순례를 마친 첫 완주자다.

20여 년 전 차량이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큰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누구보다 먼저 순례를 완주했다. 김씨는 “몸은 비록 망가졌지만,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신 주님 말씀처럼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책자를 받자마자 계획을 세우고 곧장 순례에 나선 김씨는 지난 2월 13일 부산 좌동성당부터 시작해 3월 4일 울산 무거성당까지 124개 성당을 모두 순례했다. 책자에는 당시의 진솔한 느낌과 생각, 기도를 꾸밈없이 기록했다. 김씨는 “조경이 특별히 예쁘거나 꾸밈없이 소박한 곳도 있었고, 천주교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도 있었다”면서 “순례하는 성당마다 제각각 특징이 있고 그 느낌도 모두 달라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순례 중에 많은 격려와 환대를 받으면서 얻은 기쁨 또한 컸다.

“혼자서 계단을 오를 수 없을 때나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할 때 도와주신 신자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김씨는 사고 이후 방황하다 늦게 신앙을 갖게 됐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장애를 얻은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늦게나마 주님을 알게 돼 오히려 감사하다”며 매일 아침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10년 넘게 매일 인근 공원 청소도 빼놓지 않는다.

김씨는 이미 일찌감치 순례를 완주했지만,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신자들에게 순례 일정과 코스에 대해 조언해 주거나 직접 신자들과 함께 성당을 순례하는 등 ‘가이드’를 자처하고 있다.

“훗날 주님 앞에 자녀로서 떳떳하게 설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그저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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