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94호 2018.0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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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동화 신부 |
광야로초대
이동화 타라쿠스 신부 / 부산가톨릭신학원장 겸 신학대학 교수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에 앞서서 그분의 삶과 죽음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자신의 삶과 죽음으로 보여준 예언자요 선구자였습니다. 그분은 광야에서 생활하며 낙타털옷을 입었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습니다. 예수님에 앞서서 하늘나라를 선포했고 백성들의 회개를 촉구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고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예수님처럼 그분 역시 의로운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분의 선포와 죽음은 일상의 반복에 찌들고 욕망에 갇혀있는 우리에게 내리치는 죽비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요한 세례자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그대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였습니다.
광야는 신앙인들에게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광야를 거쳐야 했고, 예수님께서도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뒤,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에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렇듯 광야는 인간이 자신의 초라한 모습과 겁에 질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자리입니다. 광야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탐욕과 대면해야 하는 곳이고, 그래서 유혹과 싸워야만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광야는 인간이 침묵과 고독 속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곳이고, 하느님께서는 때때로 인간에게 말을 건네시는 장소입니다. 광야는 한편으로는 가장 밑바닥의 자기 얼굴을 보는 곳이지만, 다른 한편 하느님의 손길과 보호를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신앙인들은 광야를 잊고 살거나 광야로 나가기 두려워합니다. 아픔과 고통을 견디는 것을 마치 어리석은 것으로, 탐욕과 유혹에 맞서 싸우는 일을 의미 없는 것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침묵과 고독은 세상살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상의 삶에서 한걸음 물러나 광야로 가는 것은 시간낭비이거나, 세상에서 뒤처지는 일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광야를 거치지 않고서는 하느님의 손길과 보호를 만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광야는 고통스럽지만 하느님을 알고 배우는 학교입니다. 광야의 외침은 보기 싫은 내 얼굴과 마주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요청이지만 동시에 쇄신과 새로움으로 건너가는 초대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한 세례자의 광야의 삶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그의 회개 촉구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바로 그렇게 오늘 요한 세례자는 우리를 광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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