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278호 2014.06.22 |
|---|---|
| 글쓴이 | 곽길섭 신부 |
첫영성체
곽길섭 베드로 신부 / 울산대리구 선교사목 담당
우리는 조상들도 몰랐던,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거룩한 주님의 몸과 피인 성체와 성혈을 영하는 존재들입니다.
“조상들도 몰랐다.”(신명 8, 3. 16)는 말씀은 조상들이 전해 준, 지금껏 그렇게 알아 왔고 그렇게 전해지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다고해서“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다르다.”(요한 6, 58)는 말씀을 조상들이 잘못되었고, 조상들이 먹었던 것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약간의 모순이 감지되는 이 말씀을 종합해 보면, 그만큼 우리가 영하게 되는 성체는 항상‘새롭다’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 똑같은 성체를 영하지만, 그래서 항상 같은 예수님의 몸을 받아 영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주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새로움 안에는 과거를 파기하고 예수님의 존재성을 뒤흔드는 새로움이 아니라, 지난날 자신들의 잘못과 부족함을 뒤로하고, 매일의 성체를 모심으로써 주님의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남을 뜻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것 같으면, 그리 새로워져야 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성체는, 항상 새로움을 마련해 주십니다. 그러나 당시 유다인들은“내가 줄 빵은, 나의 살이다.”(요한 6, 51)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인간적인 시각으로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말다툼까지 벌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다는 말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현실에 대한 안주, 관념에 대한 멈춤으로 새로움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유다인들의‘고임’은 우리 안에도 많을 것입니다.
지금 내가 영하게 되는 성체는, 그 누구도 몰랐던 나만을 위한 주님의 사랑이고, 그 사랑은 결코 나만 바라보는‘이기’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게 하는‘함께’를 찾게 하는 새로운 주님의 사랑입니다. 그래서“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1코린 10, 17)라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은, 우리의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지금’의‘하느님의 신비’가 되는 것입니다.
혹시 첫영성체 때의 기다림과 설렘을 기억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님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했던 온갖 준비들. 정화의 시간들. 그리고 예수님이 내 안에 들어오신다는 생각에 조심조심했던 마음들. 주님의 새로움 앞에 과연 우리는 어떤 새로움으로 나서고 있는지요?
매일의 성체 영함이 첫영성체이고 마지막 영성체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소중한 일치의 시간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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