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76호 2014.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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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종주 신부 |
용서라는 열쇠
박종주 베드로 신부 / 신학대학 교수
10여 년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범의 손에 노모와 아내, 그리고 4대 독자를 잃고서도 그를 위한 탄원서를 내어 세간을 놀라게 했던 고정원 루치아노 씨를 아십니까?
단란한 가족을 송두리째 잃었지만 끝까지 그를 용서하겠다던 그분의 모습을 모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하여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지요. 당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용서, 그 먼 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였는데, 지금도 루치아노 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가족들을 위하여 묵주기도 60단을 바치고, 사재를 털어 범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장학기금을 마련하는 등, 여전히 용서라는 먼 길을 걷고 계셨습니다. “바보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 비웃음도 많이 샀지요. 또 그럴지도 모르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제게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오롯이 저를 일깨워주시는 주님의 은총 덕분입니다. 주님이 제 곁에 안 계셨으면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부활 시기의 마지막 날이자, 교회의 창립일인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가장 먼저 말씀하신 것은“평화가 너희와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성령을 불어 넣어주시며 죄를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평화는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이고, 용서는 그 선물을 받기 위한 도구이며, 이는 성령의 인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늘을 향해 평화만 달라고 기도할 줄 알았지 용서라는 열쇠를 사용할 줄 모르기에, 주님께서 주시려는 참된 평화를 자주 놓치곤 합니다. 루치아노 씨의 고백처럼 용서는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주님의 은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힘으로만 하려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를 용서하는 일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자각하고 인정하는 것과 그리스도로부터 내가 먼저 용서를 받았다는 자각에서 시작됩니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 32) 용서를 베푼다는 것은 내가 느끼는 고통보다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가 나에게는 더욱 중요한 가치임을 단언하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성령의 인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늘, 혹시 우리도 성령의 은총을 청하며 용서라는 열쇠를 사용하지 않고, 팔만 벌려 주님께 평화를 달라고 억지 부리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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