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93호 2018.0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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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장현선 엘리사벳 |
눈물의 의미
장현선 엘리사벳 / 문현성당, 시인 horyu24@hanmail.net
제 친정어머니는 살아생전 기도 생활에 매우 열심이셨습니다. 영적으로 깨어 살지 못하는 우리들을 위해 늘 기도하셨습니다. 그에 비해 저희들의 신앙은 부족하기 그지없었고 때로는 어머니에게 불평까지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때부터인지는 몰라도 묵주알을 굴리며 밤새 기도하기도 하는 제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바치신 기도의 힘 때문인지, 이미 제 곁에는 안 계시지만 기도 안에서 저를 지켜보시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신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그래서 “제 어머니는 초상난 집 어머니들이 우는 것보다 더 애절하게 저를 위해 부르짖었습니다.”라며 『고백록』에서 어머니 모니카의 눈물에 대하여 회상을 하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됩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가난한 우리 가정을 책임지셔야 했던 어머니께서는 기도도 많이 하셨지만, 자녀들에게 금전적으로 흡족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 때문에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리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빈 가슴은 눈물 곳간이었으며, 숨어서 몰래 흘린 어머니의 눈물은 우리를 위한 사랑의 증표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45년 전에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서면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받았습니다. 주례 신부님께서 혼인서약 질문을 하셨을 때, “예” 대신 눈물로 응답을 한 기억이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합니다. 터져 나오는 눈물 때문에 어떻게 혼인성사가 끝났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살아가면서 기쁜 일에도 눈물이 나지만 결혼생활과 같이 미리 예견할 수 없는 앞날의 두려움 때문에 눈물이 밀물처럼 쏟아져 내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조금씩 믿음이 자라나면서,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이사 43,1)는 주님의 말씀은, 제가 지닌 나약함에 대해 용기와 위안이 됨은 물론 감사하는 마음도 지니게 해주십니다. 그렇게 신앙 안에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다 보니 어머니가 우리 몰래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이젠,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 웃음으로 곡식 단 거두리라”(시편 126,5~6)는 주님 말씀은, 엄마로서 흘려야 할 저의 눈물에 대한 주님의 한없는 위로입니다. 그 말씀은 저에게는 “영혼의 닻과 같이 안전하고 견고한”(히브 6,19~20) 희망의 말씀이 되어 어려운 고비마다 저를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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